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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난 눈물, 싫어"…입양아 조쉬의 뭉클한 엄마 찾기

장병호 기자I 2021.01.08 05:50:00

창작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
입양 소재 유쾌하게 풀어내
소수자 통해 가족 의미 되새겨
3년 만의 무대…완성도 높여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의 한 장면(사진=포킥스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난 눈물, 싫어.”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의 주인공 조쉬 코헨은 입양아인 자신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외친다. 조쉬에게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은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비밀이 아니다. 조쉬가 자신이 태어난 한국에 온 이유도 단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일 뿐이다.

“난 에어포트 베이비 / 난 그렇게 태어났고 / 난 그렇게 배달됐어.” ‘에어포트 베이비’의 막을 여는 동명 넘버는 가사만 놓고 보면 짠하다. 그러나 멜로디는 한없이 밝고 경쾌하다. 조쉬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며 부르는 이 넘버는 ‘에어포트 베이비’가 어떤 분위기의 작품인지를 잘 보여준다. 유쾌함 속에 뭉클함을 담은 웰메이드 창작뮤지컬이다.

주인공 조쉬는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 유대인 가족에 입양돼 자라난 건실한 청년이다. 자신이 입양된 이유가 궁금해 한국에 왔지만 기록에 남아 있는 엄마의 주소는 재개발로 사라진지 오래다. 고향이라고 찾아온 한국사회는 조쉬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람들은 한국인도 아니고, 백인도 아닌 조쉬를 색안경을 쓰고 바라본다. 그럼에도 조쉬는 당당함을 잃지 않는다.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의 한 장면(사진=포킥스엔터테인먼트).
입양아가 가족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는 영화, 드라마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익숙한 설정이다. 그러나 ‘에어포트 베이비’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조쉬의 엄마 찾기에 동참하는 인물 딜리아에 있다. 이태원에서 오랫동안 게이바를 운영해온 딜리아는 자신처럼 뜻하지 않게 가족과 떨어진 조쉬에게 애틋함을 느끼며 그를 돕기 시작한다. 그렇게 작품은 가족이 꼭 핏줄로만 연결되는 것은 아님을 이야기한다. 나아가 입양아와 성소수자 등을 통해 ‘다름’의 의미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만든다.

소극장 뮤지컬인 만큼 등장배우는 7명으로 단촐하다. 그러나 조쉬, 딜리아 등 주요 배역을 제외한 배우들이 시시각각 다른 캐릭터로 변화하며 무대를 풍성하게 채워 공연이 꽉 찬 느낌이 든다. 신파로 흐를 수 있는 극 후반부도 오히려 담백한 연출을 선보여 관객에게 감동을 전한다.

2009년부터 개발한 ‘에어포트 베이비’는 2013년 충무아트센터 ‘블랙앤블루’ 지원작으로 선정된 뒤 2014년 쇼케이스, 2015년 시범공연 등을 거쳐 2016년 정식 초연했다. 이번 공연은 2017년 재공연에 이은 3년 만의 무대로 일부 넘버를 수정, 추가하는 등 완성도를 높여 관객과 만나고 있다.

주인공 조쉬 역은 초연부터 함께 해온 최재림, 그리고 조상웅이 새로운 캐스트로 번갈아 맡고 있다. 강윤석, 김용수가 딜리아 역으로 호흡을 함께 맞춘다. 연출을 맡은 박칼린도 딜리아 역으로 특별 출연 중이다. 오는 31일까지 서울 마포구 신한카드 판스퀘어 라이브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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