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영관장의 ‘미래G2’ 인도경제 돋보기]인도-중국 국경분쟁과 우리의 기회

김미경 기자I 2020.07.01 07:00:00

⑪6월 중순 인도북부 분쟁지역 충돌로 인도군 20명 사망
인도 내 반중정서·중국산 불매운동·대중 수입규제 불길
K방역, 프리미엄 코리아 협력수요 급증 추세

[김문영 KOTRA 뉴델리 무역관장] “Pangong Lake(팡공호).”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인도 영화 ‘세 얼간이’(Three Idiots)에서 백설의 히말라야 산맥을 배경으로 그 짙푸르고 맑은 물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던 곳이다. 인도 북부 해발 4200m에 위치한 이 호수 주변을 둘러싼 인도-중국군 간 충돌로 지난 6월 15일 20명의 인도군이 사망했다.

이후 인도 각지에서 중국 오색홍기 및 국가원수 사진 화형식이 이어지고 있고, 7000만명 무역업 종사자를 회원사로 하고 있는 전인도 무역협회(CAIT)와 인도 자동차 부품제조협회 등 민간의 중국산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공기업 프로젝트에 대한 중국산 장비 불가 지시, 전자상거래상의 중국산 구별을 위한 원산지 표시 강화, 철도부의 750억원 규모 중국기업 공사 계약 파기, 하리아나 주의 1300억원 규모 중국산 화력발전 장비 계약 취소 등 중앙·주· 공기업 단위의 중국산 수입, 사용금지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기 수입된 모든 공항, 항구 내 중국산 물품에 대한 비공식 전수 조사착수 등 인도 정부차원의 대응도 강력하다.

지난 2005년 양국 간 교역협정을 계기로 본격화한 양국간 교류는 현재 인도의 대중국 수입 700억달러, 대중국 수출은 170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했다. 연 500억 달러 만성적자다. 핸드폰, 전기전자, 기계, 화학, 의약 등 소재부품장비는 물론 일반소비재에 걸쳐 중저가 중국산이 넘쳐나고 있어서다다. 이미 세계 5대 시장으로 부상한 인도 태양광 기재자의 80%를 중국산이 점유하고 있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인도 제약산업도 중간원료(API) 수입의 70%(연간 30억 달러)를 중국에서 수입, 이번 코로나 물류봉쇄시 극심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중국의 대인도 투자는 연 30~40억 달러대로 대인도가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 중이다. 핸드폰은 중국계 오포, 비보, 샤오미의 현지공장 진출로 이미 시장의 70%를 과점,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2030년부터 전면 의무화된 전기차 시장은 장성자동차 등 중국계가 선도하고 있고, 구자라트, 하이데라바드 등 인도 주요 제조 배후단지에 중국기업 전용공단이 급속히 늘고 있다.

집권 2기를 맞고 있는 모디정부의 핵심정책은 ‘Make in India’(메이크 인 인도)다. 중국에 집중된 다국적 기업을 14억 인도로 유치해 인도를 중국에 이은 세계의 제조공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신설 제조업 법인세를 세계 최저수준인 15%로 이미 인하했고, 지난 6월 70년 과제였던 기업의 토지취득권 강화, 노동관계법 유예 메세지는 전세계 공급망 재편(China + 1) 흐름을 인도로 돌리기 위한 조처다. 인도가 마지막까지 RCEP(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원인도 넘치는 중국산을 경계해서다.

이러한 인도 내 반중정서와 중국산 불매운동 확산은 기진출한 우리기업의 중국산 또는 중국산과 묶여서 규제되는 한국산 및 제3국 수입 중간재 원료조달 애로 등의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기업에는 큰 기회다. 현재 한국의 대인도 수출은 연간 160억 달러, 수입은 70억 달러 전후로 중국의 대인도 교역의 1/4 규모다. 대인도 직접투자도 연간 5억 달러, 누적 60억 달러로 대베트남 투자의 1/10 수준이다. 인도의 14억 인구, 연 3조달러 GDP, 연 5500억 달러 수입 규모를 고려할 때 우리의 개척 여지가 크다.

현재 인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통계는 50만, 1일 확진자수는 1만 5000명 내외다. 인도의 하루 확진자 수도 안되는 한국의 전체 누적 확진자 수와 성공적인 K방역 사례 및 IT기반 추적, 치료시스템은 인도 기업인에게 잘 알려져 우리 기업과의 기술, 투자, 교역 협력을 원하는 인도기업이 급증함을 현장에서 느끼고 있다. 그동안 압박받던 우리제품의 가격을 제대로 받아내고, 우리 기업, 제품 브랜드와 국가, 국민 이미지를 점프시킬 절호의 기회다.

인도 시장의 가격민감성과 중국산의 지배적 위치로 우리에게 인도 시장내 가장 큰 경쟁자는 이미 일본을 넘어 중국이다. 인도-중국 간 3400㎞ 국경선 길이만큼 양대국 간 역사적 경쟁의식과 반감도 뿌리깊고 그 간극은 더 벌어지고 있다. ‘Premium Korea’(프리미엄 코리아)가 일반 명사화된 인도를 기대해 본다.

◇김문영 코트라 뉴델리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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