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교수는 방어 한 점을 집어 올리며 “자연산과 양식산은 씹는 맛이 10% 정도 차이가 날 뿐”이라고 했다. “극소수 미식가가 아니고서는 그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생선회 맛은 크게 보아 두 종류다. 이로 느끼는 ‘씹는 맛’(촉감)과 혀로 느끼는 ‘감칠맛’(미감)이다. 한국 회 문화는 씹는 맛 중심이다. 살이 단단한 넙치(광어), 조피볼락(우럭), 돔, 농어 같은 흰 살 생선을 기왕이면 바로 잡아 회 쳐 먹는 ‘활어회’ 선호도가 높다. 일본에서는 지방이 많은 참치, 전갱이, 고등어 같은 붉은 살 생선을 죽인 지 3~4일 정도 지나 식탁에 올리는 ‘선어회’ 문화가 발달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인이 자연산 좋아하는 것도 육질이 양식보다 더 찰질 거라고 생각해서다. 그런데 둘의 차이는 일반인이 알아챌 수 없는 아주 미세한 수준이라는 것이 조 교수 얘기다. 되레 그는 “영양가는 양식이 자연산보다 오히려 더 높다”며 “사료를 좋은 걸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역전 현상’도 생각해 봐야 한다. 생선회는 바닷가보다 가까운 동네 횟집에서 먹을 때가 더 많다. 자연산 생선은 어획과 수송, 보관 과정에서 육질이 푸석해질 가능성이 크다.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양식산은 반대다. 원래 좁은 환경에서 자랐으니 스트레스가 없다. 횟집 수조에 넣어두고 먹이를 주지 않으면 체지방이 감소해 오히려 육질이 더 단단해 진다. 횟집에서 양식산 생선을 수조에 3~4일 가뒀다가 조리하는 이유다.
그래도 찜찜하다. 양식할 때 몸에 안 좋은 항생제를 듬뿍 쓰진 않을까. 비좁은 어장에 가둬놓고 대량 생산한 것이니 광우병 같은 돌연변이가 생기면 어쩌나. 역시 자연산이 좀 비싸도 안전하지 않은가.
이런 걱정은 현실적이다. 양식산 넙치에 기생하는 신종 기생충인 ‘쿠도아충’이 대표적이다. 조 교수가 제안하는 대안은 ‘관리 강화’다. 그는 “항생제는 투여하고 3~4주가 지나면 안전선 이하로 내려가므로 출하 3~4주 전에 약품을 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쿠도아충의 경우 기생충이 발생한 양식장을 폐쇄하는 등 정부가 강력한 대처를 통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일생 회맛과 식감을 공부한 회 박사가 특히 좋아하는 어종은 숭어, 붕장어(아나고)회라고 했다. 지금 즐길 제철 회로는 방어와 전어, 숭어를 추천했다. 양식산이냐 자연산이냐의 문제는 이제 잊자. 조 교수는 “생선을 즉살하면 5~10시간까지는 근육 수축이 일어나 육질이 단단해지고 감칠맛 성분인 이노신산이 증가한다”며 아침에 단골 횟집에 예약했다가 저녁에 반나절 냉장 보관해둔 회를 먹을 것을 권유했다.
▶ 관련기사 ◀
☞ [양식이 미래의 양식]‘새우양식'메카로 떠오른 신안군..성공하면 ‘노다지’
☞ [양식이 미래의 양식]곁눈질하던 뱀장어 완전양식 성공…대량생산 '관건'
☞ [양식이 미래의 양식]미래 먹거리 잡아라…글로벌 '입맛잡기' 전쟁
☞ [양식이 미래의 양식]‘동원’은 왜 참치양식에 투자 안할까?
☞ [양식이 미래의 양식]김영석 장관 “대규모 민간투자 유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