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에게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백발백중으로 돌아오는 대답이다. 한국이 중국, 일본과 함께 아시아 자본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한국에 대한 유럽계 자본시장 관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유럽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은 출자를 받기에도, 투자를 집행하기에도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이유에서 한국에 일찍이 진출해 펀드레이징과 딜 소싱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모습이다. 일부는 국내 인사를 영입하는 등 한국 시장에 둥지를 틀 준비에 한창이다.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는 글로벌 하우스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유럽 하우스들이 존재감을 보다 각인시킬지 관심이 고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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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우선 한국의 사모투자 시장이 한층 성숙해지면서 아시아 자본시장의 핵심 축이 됐다는 평가가 두드러진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투자 사이드에서 볼 때 한국의 사모투자 시장 플레이어들(GP)들은 경기 및 트렌드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한국의 LP들 역시 투자 전략을 다각화하면서 사모투자 시장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GP들이 한국에 노크하는 이유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하우스들이 한국 LP들의 투자 다각화 갈증을 해소한다는 점은 큰 메리트로 꼽힌다. 특히 대체투자 수요를 톡톡히 충족시키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으로 약 10억달러 규모의 팀버랜드(산림지) 펀드를 조성 중인 영국 기반의 스태포드캐피탈파트너스는 올해 5월 국민연금을 비롯한 한국 연기금으로부터 2억달러(약 2732억원)를 조달했다. 대체투자의 한 축을 담당하는 팀버랜드 추자는 지속가능성 투자 관점에서 매력도가 높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어 글로벌 출자자(LP)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분야다. 산림 추가 조성 등으로 이산화탄소 저감에 기여하는 한편 산림지 취득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스태포드캐피탈은 팀버랜드 전문 운용사로, 팀버랜드 관련 운용자산(AUM)은 27억달러(약 3조 6900억원) 이상이다. 해당 하우스는 지난 2018년 말 서울 오피스를 마련하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유럽 하우스들의 지리적 투자 특성도 한 몫 거든다.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럽과 북미에서 투자 활동을 펼침으로써 투자 다각화 수요가 큰 한국 LP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북미와 유럽을 대상으로 하는 바이아웃 펀드 관련 자금조달을 진행해온 CVC캐피탈은 지난해 하반기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 국내 LP들로부터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며 9호 펀드(37조원 규모)를 성공적으로 결성했다. 국내 LP들은 투자 다각화 측면에서 대규모 출자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곧 이어 회사는 올해 2월 아시아 지역 투자를 위한 ‘CVC캐피탈파트너스 아시아 6호 펀드’를 결성을 마치기도 했다. 펀드 규모는 9조원을 소폭 넘겼는데, 이는 지난 2020년 결성된 직전 펀드 대비 5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펀드레이징과 투자 발판 등 두 마리 토끼를 야무지게 잡은 셈이다.
타국 대비 매력적인 밸류의 수준 높은 딜이 한국에 즐비하다는 점도 유럽 운용사들이 한국으로 발걸음하는 이유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영국 최대 사모펀드운용사 신벤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핵심 기술을 수준 높게 다루는 한국 기업이 많다는 점에 주목하며 올해 상반기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회사는 기술 기업 관련 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며 우리나라에 약 2조7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수준 높은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많은데, 밸류에이션은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대비 낮은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전통있는 제조업체와 디지털화된 물류센터가 많아 인프라 투자에도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