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증시 따라 갈대 될까" 5월, 시험대 오르는 국민연금

지영의 기자I 2026.02.16 12:32:04

국민연금, 5월 중기자산 투자 전략 재설계 앞둬
국내주식 비중 조정에 쏠리는 눈
코스피 랠리·정부 드라이브 속 장기투자 원칙 시험대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코스피 5500선 돌파와 정부의 증시 활성화 기조 속에서 국민연금의 5월 중기자산배분 결정이 다가오면서, 연금의 투자철학과 전략적 자산배분(SAA) 원칙이 시험대에 올랐다. 향후 5년 방향을 결정해야하는 만큼, 단기 시장 흐름에 흔들리지 않는 장기 투자 원칙을 지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시장에서는 1400조원이 넘는 국민 노후자금의 장기 수익률을 지키기 위한 중장기 투자 원칙이 쉽게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월 중기자산배분 앞둔 국민연금…전략 재설계 시험대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5월 중기 자산배분 논의에 앞서 외부 시장 평가 전문 기관의 컨설팅을 받아 거시경제 전망과 자산군별 기대수익률, 변동성, 상관관계 등을 재점검할 계획이다. 중기자산배분은 자산군별 투자 비중을 정하는 것을 넘어, 향후 수년간 기금 운용의 위험 허용 범위와 목표 수익률 수준을 구조적으로 설정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연금이 중기 전략을 짜는 이유는 단기 시장 변동이나 정책 환경에 따라 운용 방향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국민 노후를 책임질 자금을 운용하는 만큼, 일관된 원칙과 사전에 정해진 기준에 기반한 운용 체계가 장기적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담보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높다.

시장의 이목이 쏠리는 지점은 5월 중기자산배분 논의에서 국내주식 비중을 어떻게 정하느냐다. 해외주식 확대 기조를 유지할지, 이행 속도를 조정할지가 핵심 쟁점이다. 만약 국내주식 목표 비중 자체를 높이는 결정을 내릴 경우, 글로벌 분산 확대라는 기존 전략 기조를 재조정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 1월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일부 축소 예정이던 국내주식 비중을 지난해 말 수준인 14.9%로 유지하기로 했다. 해외주식 비중도 당초 확대 계획 대신 37.2%로 조정했다. 국내주식 보유액이 목표치를 웃돌더라도 당분간 기계적 리밸런싱을 하지 않는 한시적 결정도 내렸다. 고환율 환경에서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외환 조달 부담을 줄이고 급등 국면에서 대규모 매도로 인한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결정이었던 셈이다. 다만 이는 연간 이행 계획의 한시적 조정으로, 중기 전략 자체를 변경한 결정은 아니다.





증시 랠리 속 정책적 비중 확대 압박…전문가들 "장기투자자 원칙 지켜야"

현재 국내 증시 상승세는 반도체와 일부 대형주 중심의 쏠림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산업 전반이 고르게 개선됐다기보다는 특정 업종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경향이 강하다는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전략적 자산배분은 단기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적 성장 경로와 장기 기대수익률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최근 상승 추세가 바로 국민연금이 중장기 전략을 수정해야 할 만큼의 명분이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했다고 해서 즉각 비중을 줄일 수 없는 것처럼, 단기간 급등했다고 해서 비중을 올리는 것도 전략적 자산배분 원칙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중기자산배분은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자본시장 환경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해 설계해야 한다”며 “특정 시점의 증시 동향에 맞춰서 비중을 조정하면 전략적 자산배분의 일관성이 훼손될 수 있고, 이건 장기 수익률 관리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아 연금에 좋은 일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 정책 환경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이 냉정한 전략을 짜기에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정부가 증시 부양 기조를 분명히 하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조정 여부는 시장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국민연금은 1400조원이 넘는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으로, 단기 정책 효과보다 장기 수익률과 위험 관리 원칙을 우선해야 하는 책무를 안고 있다. 단기 정책 효과를 위해 장기 수익률과 위험 관리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수탁자책임에 어긋나는 일이 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5월 중기자산배분 논의가 단순한 비중 조정 차원을 넘어 SAA 원칙을 어디까지 지켜낼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 증시 흐름과 정책 기류에 따라 방향을 틀 경우, 그 자체가 연금 운용의 일관성과 독립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기존의 글로벌 분산 투자 기조를 유지할지, 일정 부분 수정에 나설지에 따라 향후 기금 운용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직접 올리기보다는 허용범위를 넓히거나 리밸런싱 규칙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의 절충안을 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략적 방향은 유지하되, 단기 수급 충격을 완화하는 식이다. 시장에 일정한 안정 신호를 주면서도 SAA 체계의 틀을 지키는 방안을 고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1월 기금위 결정은 시장 상황에 따른 전술적 대응으로 해석될 수 있겠으나, 5월에는 국민연금이 원칙과 철학을 재확인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허용범위 조정이나 리밸런싱 방식 개선은 가능하더라도 구조적 상향 조정을 하는건 국민연금이 받게 되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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