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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머리에 물차는 수두증..."가짜 치매 유발, 수술로 치유 가능"

이순용 기자I 2020.09.08 06:18:59

조성진 순천향대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조성진 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올 여름은 매일 기상청 예보를 보고 듣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 것 같다. 정말 많은 비가 내려 온 나라가 물난리가 난 것 같다. 물을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몸의 70%가 물이지만 가장 중요한 물은 뇌 안에 있다. 뇌 안에 있는 물을 ‘뇌척수액’이라고 하는데 매일 450 ~ 500㏄가 생성되고 요추까지 흘러내려 갔다가 다시 뇌로 돌아와 같은 양이 뇌의 정맥으로 흡수된다. 이 뇌척수액이 흐름이 막히든가 아니면 흡수가 잘 안돼서 생기는 병을 수두증이라고 한다.

조성진 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수두증은 실제로 신경외과 분야의 뇌수술 중 가장 많이 하는 수술이다. 수두증은 반정도가 별다른 이유없이 저절로 생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흡수 능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반은 뇌출혈이나, 뇌수막염, 두부외상 등에 의해 2차적으로 뇌의 흡수능력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하게 된다.

수두증의 특징적인 세가지 대표적 증상이 있는데 첫번째는 치매증상이다. 나이가 들면서 뇌세포가 줄어들기 때문에 기억력이 저하되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 알츠하이머 병이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때 수두증도 의심해봐야 한다. 알츠하이머 병은 뇌의 핵이 위치하는 피질에 발생되는 질환으로 언어기능과 기억력, 인식장애, 기억력장애 등이 발생하는 반면에 수두증은 뇌실에 물이 쌓여 물이 뇌의 백질 부분으로 새어 나가면서 생기는 질환으로 인식의 문제는 없으나 기억력이 저하되고, 작업능력이 떨어지게 되며 마치 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보이게 된다.

두번째 증상은 걸음걸이의 이상이다. 마치 파킨슨씨 병처럼 발이 땅에 자석처럼 붙어 있는 것같이 걸음을 떼기가 어렵다. 따라서 보행장애가 발생한 경우에도 수두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세번째 증상은 요실금 증상인데 소변을 참지 못하는 증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비뇨기과를 찾게 되는데 수두증일 경우에는 방광의 괄약근은 정상이다. 수두증인 경우에 발생되는 요실금 증상은 병이 한참 지난 후에 발생하며, 원인은 뇌척수액이 뇌실 주변부로 빠져나가면서 배뇨조절 중추를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다행 이도 수두증은 수술을 하면 증상이 많이 좋아진다, 다만, 수술 시기를 놓치게 되면 뇌조직에 영구적으로 망가지게 돼 회복이 어렵게 되므로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수두증의 치료는 뇌실에 가느다란 관을 삽입해 피부 밑으로 터널을 뚫어 뱃속으로 넣어주는 간단한 수술이다. 배 안의 장기를 둘러싸고 있는 복막은 물을 흡수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뇌에서 흡수되지 않는 뇌척수액이 관을 타고 복막으로 흘러 들어가 모두 흡수되는데 인체는 참 신비롭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뇌실에 관을 심을 때에도 네비게이션 장치라는 항법장치를 써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안전하게 관을 삽입할 수 있다. 배속에 관을 넣을 때에도 복강경을 이용하여 수술 하므로 배에 생기는 상처는 1㎝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수두증을 치료하고 나면 명의라는 칭찬을 듣는다. 이러한 간단한 수술로 걷지 못하던 분들이 걸을 수 있으니 이처럼 결과가 바로 좋아지는 질병이 있다는 것이 신경외과 의시로는 축복인 샘이다. 많은 환자들이 수두증의 진단을 받지 못해 영구적인 치매로 회복이 안되는 경우를 보면 참 마음이 아프다. 노년에 찾아오는 치매, 그 치매가 모두 치료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기에 그분들께 희망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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