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사흘째 하락 마감…李 대통령 1400원대 발언 따라갈까

장영은 기자I 2026.01.26 05:05:00

원·달러 환율 사흘 연속 하락 마감…종가관리 이후 처음
이 대통령 "한두달 후엔 1400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
골드만삭스, 국민연금 환 헤지 재개 및 비율 상향 예상"
엔·위안 강세 흐름…WGBI 편입으로 외환 유입 기대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이 늘고 있다. 새해 들어 주요 고위급 인사들의 강경 발언이 잇따른 데 더해 국민연금공단의 국내 투자 비중 확대 계획까지 전해지면서다. 여기에 지난해 말 발표된 정책 패키지 효과가 가시화하면서 환율 상승으로 쏠려 있던 시장 심리가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AFP)


원·달러 환율, 사흘 연속 하락하며 1460원대로

25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환율은 전날 새벽 2시에 1462.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야간장과 정규장 모두 사흘째 하락 마감했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3거래일 연속 내린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며, 당국이 종가 관리에 나섰던 지난해 연말(12월 24·26·29일) 이후 한 달 만에 처음이다.

최근 외환시장에선 달러 매수 수요와 환율 상승 전망이 워낙 강했다. 개장 전이나 장중에 환율 하락 재료가 나와도 잠시 떨어졌다 반등하며 상승 마감한 날이 더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이 내림세를 지속한데다, 사흘간 하락폭도 14.2원(약 1%)으로 작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동안 단단했던 하단이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례적인 환율 수준 언급이 환율 상승 일변도로 쏠린 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책임 당국에 의하면 한두 달 정도 지나면 (환율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가능한 수단들을 발굴해내고 또 환율이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위재현 교보증권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에) 환율이 상승한다는 기대가 있으니 내리면 바로 사면서 하방 제약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었다”면서 “이런 기대심리를 억제하려는 측면에서 대통령과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환시장 수급 안정을 위한) 구두개입과 정책 효과가 계속 반영되면서 환율 하단이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상단은 1480원대로 보고 있고 저가 매수 등 (환율이) 올라가려는 힘도 있겠지만 정책 효과가 나오면서 수급이 바뀌면 심리로 밀어 올리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 글로벌뱅킹·마켓 부문 담당인 아담 크룩은 22일(현지시간) ‘원화, 약세의 마지막 국면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최근 눈에 띄는 수사적 변화는 미국의 지원을 받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준다”면서 “당국은 외환시장을 안정화할 강력한 의지와 도구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이 “최근 원화 약세는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데 이어,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외환 수급을 관리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시사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 여건에 비해 환율 수준이 과도하게 높다는 점과 외환시장 심리 쏠림 문제에 대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한두달 뒤 1400원 수준” 발언 근거는

다만, 발언 만으로 시장의 심리를 누르는 것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오히려 발언의 근거로 볼 수 있는 △국민연금 환 헤지(위험분산) 재개 및 비율 확대 △국내 주식 복귀 계좌 본격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해외 투자유입 본격화 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26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국내외 투자 비중 조정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비중을 줄이고 국내 비중을 늘리거나, 환 헤지 비율을 확대, 일부 수익 실현에 나설 경우 달러 매도 압력이 강해지면서 환율 하락 요인이 된다.

골드만삭스는 “국민연금은 환 헤지를 재개했을 기능성이 크며 500억~600억달러 규모의 달러 선물환 매도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국민연금이 환 헤지 비율을 현재의 2% 수준에서 호주·일본·대만의 최소 환 헤지 비율인 20% 수준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위재현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환율 상승은 개인 쪽이 주도하는 측면이 있어서 내부적인 수급으로 보면 국내 시장 복귀 계좌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에 더해 개인 투자자들이 추가로 해외 투자를 할 때 쉽게 환 헤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상품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원화 가치에 영향을 주는 엔·위안화가 최근 저점을 찍고 강세 흐름인 점도 원화 가치 상승(환율 하락)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원과 엔·위안은 비슷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1월 수출을 통해 반도체 슈퍼 호황이 재차 확인됐고 당분간 반도체 수출에 기댄 국내 수출 호조, 특히 국내 주가지수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일평균 수출액의 확대 기조도 지속될 공산이 크다”면서 “국내 반도체 수출 호조와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안정에 따른 국내 무역수지 흑자 폭 확대 기조는 궁극적으로 원화 약세 쏠림 현상을 약화시키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WGBI 편입에 따른 해외 투자 자금 유입도 환율 하락 요인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만 추가로 400억~500억 달러 규모의 지수 추종 자금 유입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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