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후폭풍 ‘최고조’…지도부 붕괴·계파 갈등 심화[尹 탄핵소추]

박민 기자I 2024.12.15 11:07:33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 14일 전원 사퇴
한동훈 지도부 체재, 5개월 만에 해제 수순
16일 차기 지도부 논의, 비대위 전환 유력
친한-친윤 계파 갈등에 ‘보수 분열’도 심화
일각에선 제기된 분당 가능성...“현실성 없어”
尹탄핵, 헌재 결정 전까지 봉합 시나리오도

[이데일리 박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뒤 여당인 국민의힘이 거센 후폭풍에 휩싸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 대통령까지 ‘헌정 사상 대통령 탄핵 2연속 배출 정당’이라는 불명예에 정치적 비판이 최고조에 달하는 분위기다. 집권당으로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가며 국정 운영을 잘 이끌어가야 했음에도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탄핵 가결에 따른 ‘지도부 붕괴 우려’와 ‘내부 갈등’도 한층 높아지면서 당 분열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 마련이 시급해졌다. 아울러 대통령 파면시 치러질 ‘조기 대선’도 핸디캡을 안고 야당과 경쟁해야 하는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14일 오전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의원총회가 열리는 예결위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올해 7월 출범한 국민의힘 한동훈 지도부 체제는 5개월 만에 사실상 해체 수순에 접어들게 됐다. 이는 전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장동혁·김민전·인요한 최고위원과 진종오 청년최고위원 등 4명이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줄줄이 사퇴한 데 따른 것이다. 원외인 김재원 최고위원도 자신의 SNS를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5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중 4명이 사퇴하면 지도부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탄핵 가결 이후 지도부가 사실상 붕괴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다.

다만 한 대표는 의원총회 직후 “지금 물러나는 것은 국민과 당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라며 사퇴 불가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여론은 사퇴 쪽으로 기울고 있다. 당내 주류 세력인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을 중심으로 ‘대통령 탄핵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반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전날 의원총회 직후 “당 지도부 총사퇴 결의가 있었다”며 “차기 지도부 체제는 월요일(16일)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16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한 대표의 거취와 비대위 전환을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김민전·김재원·인요한·진종오·장동혁 의원 (사진=연합뉴스)
만약 한 대표가 사퇴하면 당 대표 권한대행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맡게 된다. 일명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권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친윤계 의원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비대위 체제 전환은 당 지도부가 친한(친한동훈)에서 친윤으로 넘어가면서 계파 갈등을 더욱 격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현재 당내 친한계 의원은 20여명으로 당내 소수다. 그럼에도 이번 대통령 탄핵 표결에서 ‘탄핵 반대’를 주장한 친윤계와 달리 친한계는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며 찬성을 주장했을 정도로 대립 구도가 뚜렷했었다.

친윤과 친한계간 갈등 끝에 분당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한 대표와 친한계 의원이 당을 나와 제3당을 창당, 내년 조기 대선에 도전한다는 시나리오다. 이미 한 대표가 당 내에서 다수 친윤계 의원과 대척점을 둔 만큼 정상적으로 당을 이끄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탈당을 감행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탄핵 가결이 되면 분당의 길로 간다 그렇게 예측한다”며 “도저히 친윤과 한동훈은 오월동주도 안 된다. 동침이 안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반면 지금껏 보수정당에서 탈당과 창당이 성공한 전례가 없었던 만큼 ‘현실성 없는 시나리오’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2016년 박근혜 탄핵 직후 새누리당 비박(박근혜) 의원 31명이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지만, 결과적으로 정치적 실패를 맛보았다. 김경진 전 의원은 지난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분당 가능성과 관련 “가능성 제로다. 왜냐하면 이게 나가면 다 그냥 3당, 4당이 소멸했던 전례가 워낙 한국 정치 역사상 분명하기 때문에 어느 쪽도 이제는 그 당 안에서 싸우지, 나가는 건 없다”고 단언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탄핵 가결 이후 ‘보수 결합’이 여권내 최대 화두로 떠오른 만큼 적어도 친윤과 친한계간 표면상 갈등 봉합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윤 대통령 파면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 심리가 남아 있는 만큼 한 대표와 권 원내대표가 당분간 서로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당을 운영할 것이 전망이다. 현재로선 조기 대선 국면도 염두하며 당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친한계·친윤계 모두 ‘당이 깨지면 2017년 대선처럼 끝장’이란 인식은 같다”며 “서로 양보하며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