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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 '오젬픽·아이코덱' 확보...최강 당뇨주사제 '트루리시티' 막아서나

김진호 기자I 2022.10.12 08:38:17

GLP-1 억제제 계열 지속형 당뇨치료제 개발 줄이어
주1회 주사제 ‘트루리시티’ 매출 압도적 1위
노보, 임상 3상서 아이코덱 지속성 입증...2023년 초 허가 신청
업계 “오젬픽과 아이코덱 등 2종으로 시장 장악 시도할 것”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세계 시장을 평정한 일라이릴리의 지속형 당뇨병 주사제 ‘트루리시티’(성분명 둘라 글루타이드)의 새로운 적수가 등장할 전망이다. 최근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노보)가 개발중인 ‘아이코덱’(icodec)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자 업계는 트루리시티의 경쟁자로 손색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미 오젬픽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노보가 아이코덱까지 확보할 경우 당뇨병 주사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제공=노보 노디스크)


1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트루리시티가 국내외에서 주사형 당뇨병 치료제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트루리시티의 글로벌 매출은 64억72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7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이 약물은 국내에서도 47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동종 약물 중 매출 1위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트루리시티의 성분인 둘라글루타이드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가 포함된 재조합 펩타이드로 주1회 주사하는 지속형 당뇨병 치료제다.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을 받았고, 이듬해인 2015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를 승인했다.

트루리시티는 매일 투여해야 하는 프랑스 사노피의 ‘란투스’(성분명 인슐린 글라진)나 노보노디스크의 ‘트레시바 플렉스터치’(성분명 인슐린 글루덱) 등 동종 약물 대비 긴 투약 간격으로 비교우위를 확보했다. 이에 더해 개발사인 일라이릴리가 구축한 탄탄한 유통망을 통해 트루리시티의 매출이 급속도로 성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3일(현지시간) 노보 노디스크는 주1회 투여하는 아이코덱이 란투스나 트레시바 플렉스터치 만큼 당화혈색소(HbA1c) 수치를 감소시킨다는 임상 3상 헤드라인 결과를 발표했다. HbA1c는 포도당과 혈색소가 결합한 조합을 말하며, 당뇨병 환자에서 장기간 혈중 포도당 농도의 변화를 보여주는 1차 평가 지표로 쓰인다.

노보에 따르면 인슐린 경험이 없는 1085명의 2형 당뇨병 환자를 세 그룹으로 나눠 대상으로 아이코덱과 란투스, 트레시바 플렉스터치 등을 투여했다. 그 결과 란투스나 트레시바 플렉스터치 등은 HbA1c를 평균 1.68% 감소시켰으며, 아이코덱은 해당 수치를 1.68%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마틴 홀스트 랑게 노보 개발담당 부사장은 “HbA1C 수치적으로 아이코덱은 비열등성을 확인했다. 저혈당 부작용도 다른 약물 수준으로 충분한 내약성을 입증했다”며 “2023년 상반기 내로 미국과 EU, 중국 등 주요국 규제 당국을 중심으로 아이코덱의 품목허가 신청서 제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사실상 심사 신청 후 6개월 내로 결과가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이르면 내년 말이면 아이코덱이 본격적인 시장 경쟁에 돌입하게 될 전망이다.

사실 트루리시티나 아이코덱 이외에도 주1회 주사제로 개발된 당뇨병 치료제는 두 가지가 더 있다. 하나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의 ‘바이듀리언’(성분명 엑세나타이드)이고, 다른 하나는 역시 노보가 개발한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이다.

각국에서 비교적 힘을 쓰지 못하는 바이듀리언과 달리 오젬픽의 성장세는 거세다. 각 사에 따르면 바이듀리언의 지난해 매출은 3억8500만 달러로 2020년 대비 14% 감소했다. 반면 오젬픽은 올해 1분기 당시 환율 기준 약 2조1760억원의 글로벌 매출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트루리시티(2조1781억원)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뇨병치료제 개발업계 관계자는 “노보 노디스크가 오젬픽과 아이코덱 등 2종의 약물로 다변화해 관련 시장에서 일라이릴리를 확실하게 넘어서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일라이릴리의 탄탄한 유통망을 공략한다면 트루리시티를 넘어서는게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펩트론(087010)도 GLP-1 계열의 엑세나타이드를 성분으로 하는 ‘PT302’을 발굴했다. 펩트론에 따르면 사실 해당 물질은 1992년 미국 독도마뱀에 침샘에서 발견된 단백질로 인체에서 발견되는 GLP-1 대비 생체 내 반감기가 길고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펩트론은 지난 2020년 유한양행(000100)에 PT302를 기술이전했고, 양사가 공동으로 2형 당뇨병 환자 대상 해당 후보물질의 국내 임상 2상을 마친 바 있다. 유한양행은 약가와 경쟁 약물 대비 시장성 등을 고려해 PT302의 국내 임상 3상 또는 해외 임상 등에 대한 추가 진행 여부를 논의 중인 상황이다.

이 밖에도 한미약품(128940)은 GLP-1 작용제로 ‘에페글레나타이드’ 성분을 발굴해 주1회 또는 월1회 주사하는 당뇨병치료제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GLP-1 억제제 후보물질에 각 사가 가진 생명공학 기술로 주1회, 월1회 등 다양한 개발 시도가 가능할 것”이라며 “바이듀리언이 국내에서 약가 등 시장성 문제로 자진취하한 것처럼 GLP-1 관련 개발사들은 수익성을 위해 글로벌 무대에서 임상과 허가 절차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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