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전북 군산 비응항. 출항을 준비하던 9톤 규모의 다중이용선박(13명 이상이 타는 배)에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오는 7월부터 ‘낚시 관리 및 육성법’ 개정에 따라 모든 낚싯배 선장은 이같이 비상 시 대피 요령을 의무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지난 2017년 인천 영흥도에서 낚싯배와 급유선이 충돌해 15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또 13인 이상 탑승 낚싯배에는 구명뗏목과 선박 자동식별장치 설비가 의무화된다. 선장자격과 안전교육 강화 등의 추가 조치를 담은 추가 개정안은 국회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발생한 낚시어선 사고는 총 1075건이다. 이 사고로 사망·실종 38명을 포함해 6년간 총 35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
안내방송은 안전수칙 외에도 해양생물자원 보호와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설명도 포함한다. 주요 어종별로 포획과 채취를 금지하는 기간인 금어기 안내와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 안내도 담긴다. 안내의무 위반 시에는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낚싯배 설비 기준도 강화된다. 7월부터 최대승선인원이 13명 이상이면 선박 자동식별장치와 조난위치발신기가 의무화된다. 야간 영업 시 항해용 레이더 설치도 이전까지는 관련 규정이 없었지만 오는 7월부터는 의무다. 선박 자동식별장치는 배의 위치나 속력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해 선박 충돌 등을 막는 장비다.
오는 2020년부터는 승선인원을 전부 수용할 수 있는 구명뗏목 설치도 의무화된다. 2020년부터 새롭게 만들어지는 선박은 승객 탈출을 돕기 위해 2개 이상의 비상탈출구를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내야 한다. 현재는 탈출구 관련 규정이 없어 하나뿐인 탈출구가 물에 잠길 경우 승객 대피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선장자격·안전교육 강화 담은 추가 개정안…국회 계류 중
안내방송 의무화에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내문을 선실 내에 부착하거나 승객에 나눠주는 방법 역시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다. 20일 군산 비응항에서 만난 선장 A씨는 “안내문을 승객들한테 나눠주면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버려서 오히려 쓰레기만 생길 것 같아 방송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속 역시 골칫거리다. 안내 의무화 조항의 경우 해양경찰(해경)의 단속을 거쳐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해경이 모든 낚시어선을 단속할 수가 없어 규정이 자리 잡을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선박안전기술공단 관계자는 “사전 전수조사 등은 없었지만 7월 이후 검사 시기에 맞춰 검사를 하고 설비가 안 돼 있으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설비 역시 단속은 해경이 담당한다.
한편 선장자격과 안전교육 강화 등의 추가 조치를 담은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사위 계류 중이다. △선장자격에 승선경력 2년 추가 △사고발생 시 영업제재·폐쇄 등 제재 △안전교육 강화 △안전검사 주기 단축 △야간 영업 시 안전요원 탑승 의무화 등이 담겨 있다.
김영신 해수부 수산자원정책과장은 “개정안은 지난 4월 국회 법사위에 상정돼 절차를 밟고 있다”며 “정상적으로 절차를 밟는다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