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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진심으로 사죄, 하지만 잘 기억나지 않아”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는 17~18일 이틀에 걸쳐 이 전 감독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단원 성폭행·성추행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이 전 감독은 1999년~2016년 6월까지 여성 연극인 십수명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 등 피해자 16명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이씨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내부 검토를 거쳐 서울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에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앞서 경찰은 이 전 감독의 서울 주거지와 김해 도요 연극스튜디오 등을 압수수색하고 이 전 감독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다. 이 전 감독을 고소한 16명에 대한 조사도 마쳤다. 모두 연극계 종사자인 고소인들은 경찰 조사에서 이 전 감독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간 총 28시간의 경찰 조사를 받은 이전 감독은 “피해자들의 진술 내용을 중심으로 답했다”며 “다시 한번 피해자들에게 사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감독은 조사 내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은 최대한 사실대로 말했다”고 답했다. 이 전 감독은 경찰 조사에서도 구체적인 성폭력 정황을 묻는 말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성폭행 부분에 대해서는 강력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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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사회적 관심이 높은 점을 고려해 구속에 무게를 두고 피해자 진술과 증거 확보에 수사력을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관심이 많은 사안이어서 혐의 사실 확인과 피해자 진술에 공을 들였다”며 “조사 과정에서 나오는 새로운 사실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감독의 혐의 상당수는 형법상 성폭력 친고죄 폐지 전인 2013년 6월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친고죄 규정은 성추행 등 성범죄 발생을 인지한 지 6개월 안에 피해자가 고소·고발해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의 증언이 구체적이고 오랜 기간 성폭행·성추행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2010년 4월 신설한 상습죄 조항을 적용해 구속 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상습죄 조항에 따르면 강간이나 유사강간, 강제·준강제 추행,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등의 죄를 범한 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다. 경찰은 이 조항을 적용할 경우 2013년 폐지된 친고죄 조항에 관계없이 소급해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상습죄 조항 부칙에 소급적용 관련 내용이 없어 2010년 이후 범죄부터만 해당한다는 해석도 있다.
상황이 이렇자 법조계에서도 상습죄 조항 적용과 실제 구속기소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최진녕 법무법인 이경 변호사는 “상습죄 조항이 신설된 2010년 이후 일어난 강간·강제 추행은 상습죄를 적용해 처벌이 가능하다”며 “2010년 이전에 일어난 성폭력도 상습성이 인정될 경우 양형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수 있다. (법원에서) 피해자들의 증언이 구체적이다고 판단한다면 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박상융 법무법인 유한한결 변호사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고 피해자들의 진술까지 확보한 상황에서 여론 때문에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상습죄 조항 적용도 이전에 저지른 전과가 중요한 기준이 되는데 사실 관계를 다투는 상황에서 (이 전 감독에 대한) 상습죄 적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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