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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중앙지법 한정석(39·사법연수원 31기) 영장전담 판사는 특검이 청구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 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전날 7시간30분에 걸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경기도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이 부회장은 영장이 발부되자 곧바로 수감됐다. 역대 삼성그룹 총수 중 구속된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반면 박상진(64)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한 판사는 “피의자의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 역할 등에 비춰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특검은 지난 14일 이 부회장에 대해 기존 뇌물공여 및 특경법상 횡령, 국회 위증죄 혐의에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지난달 19일 첫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약 한달 만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430억원 상당의 뇌물을 최순실(61)씨 등에게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첫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3주간 보강수사를 벌인 특검은 재산국외도피 및 범죄수익은닉 혐의도 추가했다.
최씨 소유의 독일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80억원을 송금한 것을 재산국외도피로, 허위계약서를 작성해 최씨의 딸 정유라(21)씨에게 명마(名馬) 블라디미르를 사준 것은 범죄수익은닉죄로 봤다.
또 횡령혐의 액수도 종전 98억원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204억원)을 포함해 약 298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이 부회장의 구속은 한동안 어려움을 겪어왔던 특검 수사가 활로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면조사가 무산되고 최씨도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뇌물죄 수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검은 이 부회장 구속기간(20일) 자유롭게 소환해 조사할 수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박 대통령 뇌물죄 입증도 용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명분도 탄탄해졌다. 특검이 이 부회장의 구속기간을 모두 쓴다면 1차 수사종료 시점(2월 28일)을 훌쩍 넘어간다. 전날 특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수사를 30일 연장한 다음달 30일까지 하게 해달라고 연장신청을 냈다.
또 수사 연장기간 내에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을 한다면 특검은 박 대통령을 강제수사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