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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에서는 알면 약이 되고 모르면 독이 되는 우리 주변의 약이 되는 음식 이야기를 대한한의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연재합니다. 산천을 누비던 동물들은 몸에 좋다고 잘 못 알려지며 남획으로 사라졌고 흔히 볼 수 있던 풀들도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진짜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찾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간 때문이야~간 때문이야” 이 CM송을 기억하시나요. 몸이 피로한 건 간의 피로 때문이라며 차범근 감독 부자는 노래했습니다. 하지만 이 광고는 얼마후 바뀌고 말았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권고조치 때문입니다. 실제로 피로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이 제약 광고를 보면 모든 피로의 요인이 간 때문에 생기는 것처럼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자양강장과 거리 먼 청열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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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한 오해는 또 있습니다. ‘곰=자양강장’ 이미지입니다. 왜일까요. 아마도 곰 쓸개(웅담) 때문일 겁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 규격집은 웅담을 불곰, 기타 근연동물의 담즙을 말린 것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길이는 9~15㎝, 너비는 7~9㎝로 주머니처럼 생겼습니다. 어두운 갈색 외투막을 제거하면 어두운 황갈색으로 부서지기 쉽습니다. 부서진 면은 유리같은 광택이 있고 특유한 냄새가 있고 맛은 매우 쓰지만, 뒷맛은 약간 답합니다.
웅담의 대표적인 효능은 청열해독입니다. 열을 내리고 독을 없애는 데 주로 쓰이는 것입니다. 또 힘줄이 땅기는 등 경련을 치료하거나 눈을 밝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동의보감에도 허약한 소아의 기생충을 없애주고 기생충으로 가슴이 아픈데 좋다고 쓰여있습니다. 또 눈이 충혈되고 익상편(군날개)이 생기며 눈물이 나는 증상에 물에 개어서 안약처럼 쓰면 좋다고 합니다. 유행하는 황달에는 조금씩 물에 타서 마신다고도 했습니다.
자양강장 효과는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최고야 한의학연구원 박사는 “웅담의 경우 염증성 질환으로 인한 피로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자양강장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일반에는 웅담이 자양강장 대표 약재로 잘 못 알려져 오용됐던 겁니다. 웅담을 독한 술에 넣어 웅담주로 마시기도 하고요, 일부는 곰을 남획하거나 살아 있는 곰의 쓸개에 빨대를 꽂아 쓸개즙을 빼먹기도 했습니다.
1981년 5월 광주에 나타났다가 안타깝게 피살된 반달곰의 쓸개는 1600만원이라는 고가로 매매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강남 아파트 한 채 가격과 맞먹습니다. 희소성 때문인지 어느 순간 웅담은 몸에 좋은 명약이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멸종위기에 국제보호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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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우리주변에서 곰은 보기 어려운 동물이 되었습니다. 지리산 반달곰은 멸종위기에 처해 종복원을 진행 중입니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300억원의 세금이 사라진 곰 등을 위해 쓰였습니다. 일반 농가에서는 현재 540마리의 곰이 사육되고 있습니다. 2013년 1000마리 가까이 되던 것이 15년 사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이들은 비좁은 철창 안에 갇힌 채 웅담이 채취될 날만 기다리며 시한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협약(CITES)을 통해 무질서한 포획 채취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1993년 협약에 가입한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CITES 지정 동식물의 수출입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웅담은 CITES 한약재로 수입산 웅담은 식약처의 인증증지를 받은 것만 유통할 수 있습니다. 1993년 이전까지는 연평균 3000개 정도의 웅담이 수입됐으나, 2010년대 들어서 식약처에서 발급한 인증증지는 매년 20개 정도뿐입니다. 따라서 많은 수량은 불법 반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웅담은 식약처 식품공전의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료’로 구분되지 않아서 식품원료로 쓸 수 없습니다. 오직 의약품(한약재)으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약재로 쓰려면 약사법에 따라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제약회사에서 제조한 규격품만을 사용해야 하며 규격품 한약재는 한약사와 한의사만이 구입할 수 있습니다.
최고야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쓸개류는 소염 작용으로 간염이나 결막염 등에 효과가 있습니다. 가격 차이에 비해 약효 차이는 적습니다. 차라리 합법적으로 도축한 돼지나 소의 담즙이 위생적이고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