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사위원 리뷰
프랑코포니 연극 '벨기에 물고기'
소수자의 이야기 그린 2인극
이분법 벗어나 주체적 성장 그려
밀도 있는 연출…과장된 연기 아쉬워
 | | 연극 ‘벨기에 물고기’의 한 장면(사진=극단 프랑코포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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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연극평론가] 동시대 프랑스어권 희곡을 엄선해 공연하는 극단 프랑코포니가 젊은 작가 레오노르 콩피노의 ‘벨기에 물고기’(4월 8~23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작 레오노르 콩피노·연출 카티 라팽)를 무대에 올렸다. 비극적인 현실과 동화적인 환상이 교직되면서 전개되는 이 작품은 ‘차별이 아닌 차이의 중요성’을 화두로 제시한다.
한적한 호숫가에서 40대 중년남자(전중용 분)와 열살 소녀(성여진 분)가 우연히 만난다. 여장남자이자 마조히스트라는 성 정체성으로 차별과 억압을 받으며 자신을 은폐해 온 남자와 학교폭력과 부모의 몰이해 속에 자학하며 살았던 고아 소녀는 우여곡절 끝에 함께 살게 된다. 모래처럼 건조한 남자의 삶 속에 자신을 물고기라고 믿는 소녀가 들어오고, 갈등과 이해의 과정을 통해 이들은 점차 변화한다. 결국 중년남자는 소녀가 자신의 내면에서 자라지 못하고 있던 어린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과거와 마주한 남자는 마침내 평생 부끄럽게 여기던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한다. 그리고 그리워하면서도 자신을 피할까봐 외면했던 아들을 만나기 위한 여행을 준비한다. 남과 다르다는 것이 차별의 대상이 아니라 단순한 차이일 뿐이라는 점을 수용함으로써 치유와 화해의 서사가 완성된다.
작품의 큰 미덕은 소수자의 삶을 그릴 때 빠지기 쉬운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주체의 각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작품 중반에 남자와 소녀는 죽음의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일주일 동안 함께 지냈던 물고기를 잡아먹는 상중의식을 진행한다. 하지만 생명의지가 무척 강한 ‘튼튼한 물고기’는 두 인물이 아무리 때려도 죽지 않고 살아난다. 외부의 폭력에 굴복하지 않는 절대적 의지를 상징하는 물고기를 통해 이들은 삶의 주체의지의 중요성을 인식한다.
과거와 현재가 조우해 치유에 이른다는 플롯은 익숙하다. 하지만 밀도 있는 2인극으로 사건전개의 흡인력이 크다. 개성적인 인물들을 배치하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상처에 의한 긴장과 유머에 의한 이완이 리듬감을 생성하기 때문에 2시간의 공연이 쉽게 흐른다. 애니메이션, 상징적 영상이미지를 삽입해 사실적인 무대에 시각적 환상성이 덧입혀진다.
아쉬운 점도 있다. 남성성이 강한 배우가 여장을 하고, 중년의 여배우가 소녀 역을 연기해서인지 과장된 연기가 자연스럽지 않았다. 건조한 남성의 공간과 물(水)을 상징하는 소녀의 공간이 무대에서 잘 대비되지 않았다. 영상 이미지 외에 환상성을 강조하는 장면연출도 부족했다. 절묘한 타이밍에 배치된 유머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았다. 과거와 현재가 조우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마지막 장면을 소녀의 내레이션으로 처리한 것은 사족처럼 느껴졌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매우 묵직하고 시의적절하다. 인종·종교·세대·남녀 등 사회 전반에서 남과 다를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동질화를 강요하는 이 시대의 광기를 반성하게 한다. 현재 문화다양성이 전 세계적으로 중요 아젠다이다. ‘벨기에 물고기’는 문화다양성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아주 설득력 있게 보여 준 공연이었다.
△이은경 연극평론가
 | | 연극 ‘벨기에 물고기’의 한 장면(사진=극단 프랑코포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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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연극 ‘벨기에 물고기’의 한 장면(사진=극단 프랑코포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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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연극 ‘벨기에 물고기’의 한 장면(사진=극단 프랑코포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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