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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불행도 내가 즐기면 행운이다. 무엇이든 객관화하고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불행하다고 쉽게 말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으로 ‘중국식 룰렛’을 썼다.”
소설가 은희경(57)이 독자들을 만나 신작 ‘중국식 룰렛’(창비)의 창작 뒷이야기를 공개하고 소설의 효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은 작가는 17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KT&G 상상univ에서 연 ‘예스24 소설학교’의 강연자로 나서 ‘소설의 불안과 위로’를 주제로 독자들과 직접 소통에 나섰다.
먼저 지난 6월 말 발표한 여섯 번째 소설집 ‘중국식 룰렛’의 출간의 소감을 묻는 말에 은 작가는 “작가로 데뷔한 지 20년이 됐고 그간 13권의 책을 냈다”며 “인생에 궁금한 것이 없다면 그만 쓰겠지만 소설이란 인생을 살면서 생기는 질문에 대해 쓰는 것이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쓸 것 같다”고 답했다. 소재를 어디서 찾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궁금해하거나 당면한 문제를 소설로 쓰는 편”이라며 “‘타인에게 말걸기’ 같은 경우는 타인을 어려워하는 내 성격에서 소설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작가 스스로 모범생으로 살아왔다고 자평하는 것과는 달리 불온하거나 파격적인 소재가 많다는 지적에는 “세상은 좋은 곳이고 상식적으로 살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도 삶의 고통과 부조리에 감염된다”며 “소설의 불온하고 불안한 이야기는 그런 상황에 대한 예방주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설가가 인생에 잘 아는 것처럼 쓰지만 막상 아무것도 모를 수 있다”며 “결국 소설은 있는 일을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고 인생에 대해 파악한 것을 질서가 잡힌 이야기와 통일된 캐릭터로 풀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소설의 불안과 위로’. 은 작가는 이에 대해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우리가 각자 부속품처럼 살고 있다고 말해 주는 것이 문학”이라며 “그런 불온함과 불안을 통해 내 자신은 부속품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바로 문학이 주는 위로”라고 강조했다. 이어 “타인을 대할 때 상하관계가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며 “오십대 중반에 있다 보니 불가피하게 우리 세대가 가진 고집이 있지만 고칠 수 있다고 믿고 편견·선입견 없이 살려고 하는 것뿐”이라고 인생철학을 들려줬다.
은 작가는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한 후 ‘새의 선물’로 1996년 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이상문학상·동인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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