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노조는 추석 연휴 직후인 오는 14일 국정감사가 열리는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찾아 관련 집회를 열 예정입니다. 한수원 노조는 “무리한 신재생 확대 부작용이 크다”며 목소리를 높일 예정입니다. 전력업계가 추석 연휴에 비상근무에 나선 가운데, 기후부를 상대로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이번 사안 원인을 살펴보려면 비상근무의 배경이 된 원인 즉 전기가 남아돌아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우려부터 봐야 합니다. 앞서 정부는 추석 특수경부하기간 대책에 나섰습니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지난달 24일 전력거래소는 ‘2025년도 추석 특수경부하기간 한빛원전 운전계획 협조요청’을 한수원에 발송해 원전 가동률을 줄이는 ‘출력감발 운전’을 주문했습니다. 출력감발 운전은 전력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경우 인위적으로 출력을 낮춰 가동률을 감소시켜 발전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기 남아 대정전 우려”…원전 가동 줄이기 나선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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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부족한 게 아니라 전기가 남아도 정전이 된다고요? 그렇습니다. 전력시스템을 보면 수요와 공급이 실시간으로 일치하고 주파수가 일정해야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합니다. 만약 전력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면 발전기 회전 속도가 빨라지고 주파수가 올라갑니다. 발전기가 너무 휙휙 돌아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발전기가 고장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발전소가 스스로 멈춰 전기 공급을 끊는데, 이게 통제 범위를 벗어나 연쇄적으로 일어나면 블랙아웃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같은 사태가 추석 연휴 중에 발생하지 않도록 전력거래소가 추석 연휴 전에 공문을 보내 원전 가동률을 낮출 것을 주문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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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의 경우 평년보다 긴 연휴 기간, 산업체 조업률 감소로 전력수요가 일반적인 주말 대비 더 낮아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기후부는 “최근 △변동성·경직성 전원 증가 △특정 발전원의 지역 편중 등 계통여건 변화에 따라 봄·가을철의 ‘공급과잉’도 계통 안정성을 위협하는 쟁점”이라고 밝혔습니다.
기후부가 요약해서 보도자료에 적시한 ‘계통여건 변화’는 풀어서 말씀드리면 신재생 확대로 인한 계통여건 변화입니다. 태양광 보급이 늘면서 현재 태양광 발전량은 원전 31기의 발전량인 31기가와트(GW)에 달합니다. 태양광은 주로 호남 지역에 편중돼 있습니다. 태양광은 간헐성이 심해 날씨,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합니다.
그렇다고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도 않아 생산된 전력을 제때 저장해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이 때문에 전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수급 불균형이 봄·가을철 전력 리스크가 되는 것입니다. 최장 10일 연휴가 있는 올 추석은 이같은 우려가 더 큰 것이고요.
원전 출력제한 12.5배↑…한수원 노조 “중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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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수원 노조는 지난 2일 ‘2025년도 추석 연휴기간 한빛원전 운전계획 협조요청 관련 회신’ 공문에서 “검토 결과, 중대한 문제점이 있음을 알려드린다”며 “빈번한 출력감발 요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전력거래소의) 출력감발 요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우선 한수원 노조가 밝힌 중대한 문제점은 ‘안전 우려’입니다. 한수원 노조는 공문에서 “원자력발전소는 국가 전력계통의 기저부하를 담당하는 설비로서, 잦은 출력감발 운전은 핵연료 건전성 저하 및 원전 안전성 악화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국제적으로도 원전 안전운영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로, 국민 안전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얼마나 잦은 출력감발 운전이 이뤄졌을까요. 전력거래소와 한수원에 따르면 원전의 출력감소 건수는 2020년 2회(1.2GW)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2021년 3회(1.24GW), 2022년 4회(4.3GW), 2023년 7회(5.1GW), 2024년 7회(3.2GW)였다가 올해 1~6월에는 25회(18.4GW)까지 급증했습니다. 불과 5년 새 12.5배나 증가한 것입니다.
강창호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출력감소 건수가 급증한 것에 대해 “경기가 안 좋아 쉬는 공장이 늘면서 전력 소비량은 급감하는데 신재생 발전량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특히 한빛 원전(전남 영광) 등이 있는 호남은 신재생이 급증한 지역입니다. 여수 석유단지 등은 석유화학 침체로 공장 가동률이 줄어든 상황이고요.
출력 다운 많아질수록 원전 노심 손상↑ 혈세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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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 발전원인 원전은 일정한 출력을 유지하며 운전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원전은 기본적으로 출력 조절이 쉽지 않은 ‘경직성’ 발전원입니다. 그런데 원전의 출력을 인위적으로 빠르게 낮췄다가 다시 높이는 급격한 출력 변동이 반복되면 펠렛(연료 덩어리)이 열에 따라 팽창하거나 수축하면서 클래딩(금속관)에 미세 균열이 생깁니다. 이 과정이 빈번해지면 설비 피로와 연료 손상 위험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균열 가속화→연료봉 파손→노심 손상→방사능 물질 누출 우려가 있다는 게 한수원 노조의 입장입니다.
또한 한수원 노조는 ‘혈세 낭비’ 우려도 제기했습니다. 한수원 노조는 전력거래소에 보낸 공문에서 “출력감발 운전 시행 시, 발전소 현장에서는 안전 확보를 위해 다수의 직원들이 비상대기해야 한다”며 “이로 인해 상당한 추가 인건비와 인력 과부하가 발생한다. 이는 발전소 운영 효율성을 저해하고 불필요한 경영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밝혔습니다.
한수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원전의 총 출력 감소량은 25만8742MWh에 달합니다. 한수원 노조는 “값싼 원전 가동을 멈추면서 이미 300억원 넘는 손실이 발생, 혈세를 낭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수원 노조에 따르면 총 출력 감소량( 25만8742MWh)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신재생 단가 기준(작년 210원/kWh)으로는 543억3582만원입니다. 원전 단가 기준(작년 66원/kWh)으로는 170억7697만2000원입니다. 이 차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372억5884만8000원입니다. 상대적으로 값비싼 신재생을 가동하느라 값싼 원전을 출력 제한하면서 한전이 300억원 넘는 손실을 입었다는 게 한수원 입장입니다.
정부 “철통 대비” 강조했지만 신재생 속도전 파장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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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걱정되는 것은 당장은 괜찮아 보이더라도 앞으로 안전 리스크·손실 우려가 갈수록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김성환 장관은 지난달 19일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대국민 공개 논의 토론회’ 기조발제에서 “지난해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이미 1.5도 높아졌고, 이대로 가면 6~7년 이내에 세계 경제와 문명이 붕괴할지도 모른다”며 “(당초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인 78GW를 높여)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이 100GW(기가와트)는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산업계에서는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탄소중립을 위해 신재생 속도전에 나설수록 반작용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은 분명히 가야 할 길입니다. 우리나라의 선진국 위상에 맞춰 내달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할 ‘2035 NDC’ 목표치도 높일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목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과정’입니다. 탄소중립 목표치를 과도하게 높이고 무리하게 신재생 속도전에 나설 경우 산업경쟁력만 훼손되고 사회적 논란만 커질 수 있습니다. 체력은 안 되는데 무조건 달리라고 재촉하면 처음엔 달리는 듯하지만 결국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결승선 도달 전에 탈진하게 됩니다.
‘2050 넷제로(2050년까지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만들어 순배출을 ‘0’으로 만드는 목표)’는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입니다. 전력망, 전기요금, BESS 등 함께 논의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합니다. 사회적 공감대를 충분히 마련하고 반대 의견까지도 충분히 수렴해 끝까지 달려갔으면 합니다.
*에너지와 미래=에너지 이슈 이면을 분석하고 국민을 위한 미래 에너지 정책을 모색해 봅니다. 매주 주말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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