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와우시대 이어간다"…700조 유통시장 '이마·롯·쿠' 시대 연다

백주아 기자I 2023.03.01 10:49:09

매출 26조로 사상 최대 기록
4Q 영업익 1133억…2개분기 연속 1000억대 흑자
와우 멤버십 회원 수 1100만명 돌파
쿠팡이츠·쿠팡페이 등 신사업 매출 25%↑
이커머스 넘어 전통 유통 기업에 도전장
자동화 물류·유료멤버십 경쟁 본격화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만년 적자’ 쿠팡이 지난해 매출 26조원과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쿠팡은 올해부터 이커머스 기업을 넘어 전통 유통 강자인 이마트·신세계, 롯데와 경쟁하는 유통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 쿠팡)
◇매출 26조 돌파..2개 분기 연속 1000억대 흑자

쿠팡이 1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4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26조5917억원(205억8261만 달러)으로, 전년(21조646억원) 대비 26%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적자 규모는 1447억원(1억1201만달러)으로 전년(1조7097억원)과 비교해 10분의 1 이하로 줄였다. 4분기 영업이익은 1133억원(8340만달러)으로 3분기 1037억원(7742만달러)에 이어 2분기 연속 1000억원대 흑자를 기록하면서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실적 발표 후 “수년에 걸쳐 지속한 투자와 혁신의 결과”라며 “아직 국내 유통 시장은 오프라인 중심이며 가격도 높고 상품도 제한적인 만큼 고객에게 더 다양하고 낮은 가격과 좋은 서비스로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쿠팡의 활성고객(분기에 제품을 한번이라도 산 고객)은 1811만5000명, 1인당 고객 매출은 294달러(40만원)로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특히 쿠팡의 와우 멤버십 유료 회원 수는 전년 대비 200만명 늘어나 1000만명을 돌파(1100만명)했다.

쿠팡이츠, 쿠팡페이, 쿠팡플레이, 해외 사업 등 쿠팡의 지난해 신사업 매출은 6억2802만달러(8302억4000만원)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거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3분기 흑자에 이어 4분기에도 기록적인 순이익과 매출총이익, 조정 에비타를 달성했다”며 “방대한 유통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고객이 계속 ‘와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자료=유로모니터
◇국내 유통시장 ’26년 700조원대 성장…이마트·롯데·쿠팡 3사 각축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후 온라인 시장에서 전통 오프라인 유통기업처럼 물건을 직접 사들이고 파는 직매입 모델을 온라인 커머스에 도입해 성장했다. 올해부터는 단순한 ‘이커머스 기업’을 넘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전체 유통시장에서 경쟁해 유통 ‘TOP3’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유통 시장은 오는 2026년 7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유통시장은 602조원(4660억달러) 규모로 매출 기준으로 1위 이마트(139480)·신세계(5.1%)에 이어 쿠팡(4.4%), 롯데(2.5%) 순으로, 3개사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유통시장이 7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을 감안하면 이제 3개 기업은 출발대에 놓인 셈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이 2014년 로켓배송 출범 이후 국민이 애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지만 전체 60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유통시장에선 이제 출발대에 섰다”며 “국내 유통환경 특성상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오프라인 유통파워가 견고한데다가 이마트, 롯데 등이 대대적으로 자동화 물류, 멤버십 투자에 나서는 만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팡 대구 풀필먼트 센터. (사진=쿠팡)
◇‘유통3강’ 자동화 풀밀먼트 투자·빠른 배송 경쟁

유통 3개 기업은 현재 △자동화 기술 기반의 풀필먼트 투자(smart) △배송 효율 증대(speed) △제품 확대와 고객 멤버십 강화(selection) 등 ‘3S’ 전략을 기반으로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

쿠팡은 수익성을 개선하며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지만 아직 연간 기준으로는 적자다. 지난해 3000~4000억원대의 연간 흑자를 달성한 이마트·신세계, 롯데의 유통그룹과 비교하면 아직 쫓아가야 하는 형국이다. 또 쿠팡이 지난 2021년까지 매년 매출이 전년비와 비교해 50~80%씩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엔데믹 효과로 성장 속도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고성장했던 온라인 기업들의 매출세는 둔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온라인 매출 증가율은 2020년 18.4%에서 지난해 9.5%로 하락한 반면 오프라인은 2020년 -3.6%에서 지난해 8.9%로 회복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엔데믹 상황을 맞아 지금 유통 시장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새로운 유통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며 “쿠팡은 신세계, 롯데와의 경쟁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소비자 직접 판매(D2C) 등 다양한 디지털 커머스와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쿠팡은 점진적으로 자동화 물류 인프라를 확대해 배송 효율을 확대하고 소비자 접점을 높이는 ‘쿠세권(쿠팡 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쿠팡은 무인운반로봇(AGV), 소팅봇(sorting bot) 등 1000여대 이상의 로봇을 운영하는 대구 풀필먼트 센터를 공개했다. 앞서 쿠팡은 자동화 물류에 1조25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4년까지 광주광역시, 대전 등에 추가 물류센터 준공 예정이다.

SSG닷컴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 세 곳과, 전국 1백여 곳 PP센터의 물류 체계를 고도화해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또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해 주력 고객인 3~4인 가구에 대한 침투율을 높여나가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1~2인 가구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는 영국 그로서리 플랫폼 기업 ‘오카도’와 협업 새벽배송 시장에 총 1조원 투자한다. 오는 2025년 신선식품 자동화 물류센터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6개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통합 멤버십·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 등 변수

올해부터 다양한 부가 혜택으로 고객을 서비스에 락인(lock-in)하는 ’유료 멤버십‘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은 월 4990원에 무제한 무료 로켓배송·로켓프레시(신선식품 새벽배송)와 쿠팡플레이 등 10가지 이상 혜택을 제공한다. 회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100만명에 달한다.

다만 유통업계에서는 올해 이마트·신세계의 신규 멤버십이 멤버십 판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자사 계열사 6곳(스타벅스·면세점·지마켓 등 6개 계열사) 혜택을 통합한 유료 멤버십을 오는 7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마트는 이미 지난해 5월부터 SSG닷컴과 지마켓 등 2개사를 통합한 유료 멤버십 ‘스마일클럽’(현재 300만여명)을 운영 중으로 올해 오프라인 플랫폼을 추가한 유료 멤버십을 출시할 경우 모집 회원은 약 400만 수준으로 추정된다.

롯데도 4000만 회원 수를 보유한 ‘엘포인트 멤버스’와 롯데호텔 멤버십 ‘롯데호텔 리워즈’ 적립 및 사용 혜택 강화, 롯데홈쇼핑의 MZ세대 전용 유료 멤버십 ‘와이클럽’ 등을 통해 멤버십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다.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한 유통산업발전법 규제 완화 움직임도 ‘유통3강’ 경쟁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근 정부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자정~오전10시) 제한을 풀 경우 온라인 새벽배송이 본격화될 수 있다.

대형마트의 월 휴무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한 대구광역시를 시작으로 전국에 월 휴무일을 평일로 대체하는 흐름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의 경우 전국 점포의 50%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면 매출액 2000억원(영업이익 500억원) 증가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마트와 롯데의 공세에도 쿠팡의 성장세는 여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로켓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에도,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보다 쿠팡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더욱 효율적인 상황“이라며 ”올해에도 쿠팡의 실적 성장 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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