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여성 등기임원 늘었지만…200대 상장사 73%는 0명

피용익 기자I 2021.03.07 10:18:24

200대 상장사 여성 등기임원 65명…전체의 4.5% 그쳐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내년까지 여성임원 크게 증가할 듯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국내 200대 상장사의 등기 임원 가운데 여성 임원 수가 1년 사이 1.7배 늘었지만 미국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 가운데 여성 대표이사 수는 4명에 그쳤고, 여성 임원이 단 1명도 없는 곳은 전체의 73%에 달했다.

7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500대 기업 중 상위 200대 상장사의 등기임원 1441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여성 등기임원은 65명으로 전체의 4.5%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 39명에 비해 67% 늘고, 비중도 2019년 2.7%에서 1.8%포인트 증가했다.

상장사들의 여성 등기임원이 늘어난 것은 2019년 12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이사회 구성을 특성 성(性)으로 구성하지 못하게 한 자본시장법 개정 영향이 크다. 이들 기업은 내년 7월까지 반드시 여성 등기임원을 최소 1명 이상 둬야 한다.

여성임원이 늘었지만 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컸다.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200대 기업의 여성 등기임원 수는 전체 2435명중 730명으로 30%에 달했다.

국내 200대 상장사 중 여성 등기임원이 단 1명도 없는 기업은 146곳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168곳(84%)에 비해서는 감소한 것이지만, 미국 200대 기업 전체가 여성 등기임원을 1명 이상 두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등기임원 중 여성 대표이사 수도 미국은 19개 업종에서 11명에 달했지만, 한국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 한성숙 네이버 사장, 조희선 한세실업 대표 등 4명에 그쳤다.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이사장(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여성 임원 증가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인한 효과로, 여성임원 비중 확대에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여전히 미국 등 선진국과는 큰 격차를 보이는 만큼 법 적용 대상 기업을 확대하고, 기업 자체적으로도 사내 여성 임원 확대와 연계시키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주주총회에서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 한화그룹 지주사와 계열사 등 다수의 기업이 여성 사외이사를 등기임원 후보로 추천해놓은 상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