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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비롯해 산업 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을 올해 1월 16일부터 시행 중이다.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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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은 지난 6월 3일 김영란 양형위원장과 만나 양형 기준 조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그간 대형 인명사고 등 중대재해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는데도 기업이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인 안전조치를 하도록 유도하기에는 형량이 낮다는 지적이 많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3~2017년 5년간 산재 상해·사망사건의 형량을 분석한 결과 피고인 2932명 중에서 징역 및 금고형을 받은 사람은 2.9%(86명)에 불과했다. 대부분 벌금형(57.3%, 1679명)이나 집행유예(33.5%, 981명) 처분을 받았다. 관련 법이 있어도 사망사고에 따라 실제 징역형을 받은 경우는 극히 적었다.징역이나 금고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6개월 이상 1년 미만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벌금형의 경우에도 평균 부과액은 400여만원 수준이었다. 개인은 420만원, 법인은 448만원이었다.
현재 양형위원회의 산안법 위반에 대한 양형 기준은 2016년 제정됐다. 기존 양형 기준은 산안법 위반은 과실치사상 범죄군으로 분류해 특별한 가중·감경 사유가 없으면 일반 형사 범죄인 업무상 과실·중과실치사(기본 8개월~2년)보다 낮은 형량(6개월~1년6개월)을 정하도록 권고한다. 이 때문에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져 왔다.
산안법 개정에 따른 처벌 강화 기조에 맞춰 최근 양형위는 산안법 위반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새로 마련하기로 했다. 산재 관련 범죄군 명칭을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로 변경하고, 산안법 위반 범죄를 독립적인 대유형으로 분류했다. 양형 기준의 설정 범위 역시 확대하기로 했다. 원청의 의무 위반에 의한 사망사고에 대해서도 새 양형 기준을 마련한다. 현장실습생이 사망한 사고나, 산재 사망사고가 5년 내 재발해도 양형기준을 정해 적용할 예정이다. 또 추락 등 일부 사고에 대해서는 반드시 노동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은 경우에도 양형기준을 설정키로 했다. 징역이나 금고형 선고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이재갑 “‘처벌 강화’ 산안법, 실효성 높일 것”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사건에 대해 구형기준과 양형 기준 개선을 추진하고, 기업의 경제적 제재와 경영책임자의 사업장 안전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산안법 개정을 추진하겠다.” (이재갑 장관 6월 18일 건설현장화재안전대책 브리핑중)
정부는 산안법 개정을 통해 법인에는 과징금 제도와 같이 경제적 제재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CEO 등 경영책임자의 안전관리에 대한 관심과 책임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와 같이 다수의 목숨을 앗아가는 다중인명피해범죄에 대해서는 특례법 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처벌 수위만 높인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기업에서 안전수칙을 준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지난달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중대재해법 필요성을 묻는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질의에 “최고책임자에게 책임을 부여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 무엇이 있는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 6월 정부가 마련한 대책에서 입장이 달라진 점은 없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법무부 소관으로 입법 필요하면 관계부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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