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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Talk]한파 속 TV 시장, 내년에는 훈훈할까

이다원 기자I 2022.12.18 11:36:10

글로벌 TV 시장 규모, 전년比 4.1% 줄듯
한국산 점유율 가까스레 절반…中 맹추격
영업익 감소 불가피…삼성·LG 고심하는데
“내년 TV 회복기 접어든다” 전망도 제시
대형·특화 TV 트렌드…CES서 공개할 듯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글로벌 산업계의 핵심으로 떠오른 반도체 뉴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곁의 가전제품은 나날이 똑똑해지고 어려운 기술 용어도 뉴스에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봐도 봐도 어렵고 알다가도 모르겠는 전자 산업, 그 속 이야기를 알기 쉽게 ‘톡(Talk)’해드립니다. <편집자주>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에 TV가 진열돼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TV 시장이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습니다. 그야말로 ‘겨울’이 한 해동안 계속된 모양새였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TV 시장이지만 내년에는 약간의 훈풍이 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는데요. 기술력을 무기 삼아 낮아진 수요에 대응하는 글로벌 TV 산업계의 분투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17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TV 시장 규모는 누적 723억9000만달러(약 94조83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829억3000만달러·약 108조6400억원) 대비 12.7% 감소했습니다. 누적 출하량도 1억4300만대로 4.4% 줄었습니다.

성수기 이벤트가 많았던 4분기에도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습니다. 옴디아는 올해 TV 출하량이 전년 대비 4.1% 감소한 2억479만대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당초 예상했던 2억879만대 대비 줄어든 수치로 12년만에 최저 수준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옵니다.

◇ 시장 수요 급감에 국내 TV 기업 걱정만 느네

TV 시장에 한파가 불어온 이유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화)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인구가 늘면서 TV 교체 수요가 폭발했던 이전과 달리 이제는 일상으로의 복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 새 TV를 구매한 사람들이 매해 새로운 TV를 사지는 않을 테죠. 또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짠테크’ 열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TV를 구매하려는 이들도 없습니다.

프리미엄 TV 시장을 점유한 국내 기업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산 TV는 올해 1~3분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 47.2%를 기록했습니다. 절반에 가까운 상황이지만 중국 TV 기업들이 맹추격하면서 전년 대비 1.8%포인트 몸집이 줄었습니다.

게다가 올해 장사를 망쳤으니 실적도 악화할 전망입니다. 한 해 TV 매출의 30% 이상이 팔리는 4분기에도 판매량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TV 사업부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나온 것이죠.

삼성전자의 경우 4분기 TV를 비롯한 생활가전 부문의 영업이익이 5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또 LG전자는 올해 4분기 TV 사업을 담당하는 HE부문의 적자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특히 LCD TV 판매가가 내려가면서 OLED TV 역시 판매도 정체됐다는 분석입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TV 수요 부진 속에 적극적인 재고 축소 노력으로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며 이같이 예상했습니다.

◇ 유럽 규제까지 더해져 프리미엄 TV 성장 ‘위기’

프리미엄 TV 수요가 높은 유럽에서는 새로운 규제가 대두하면서 TV 판매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까지 제시됐습니다. 유럽연합(EU)이 지난 10월 총 27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TV 전력 소비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해당 규제에 따르면 8K LED(마이크로발광다이오드) TV 기준 에너지효율지수(EEI)가 0.9 이하를 충족해야 합니다. 앞서 4K TV에 적용하던 기준을 8K TV에도 적용하자는 것인데, 지금 판매 중인 8K TV 대부분이 해당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8K TV의 경우 4K TV보다 4배 더 선명한 만큼 전력 소비량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입니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75인치 8K TV의 경우 시간당 에너지 소비량이 141와트를 넘어서는 안 되지만, 올해 기준 삼성전자의 네오 QLED 8K TV 시간당 에너지 소비량은 300와트에 달합니다. LG전자 77인치 OLED 8K TV도 300와트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와 정부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8K TV 협회가 성명을 내며 이같은 규제를 비판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움직였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내년 기술 옵션을 걸어 이를 해결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8K TV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습니다.

◇ 내년 한파 녹일 훈풍 불까…대형·특화 TV ‘주목’

최악의 상황처럼 느껴지지만 얼어붙었던 TV 시장이 내년 회복기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 점은 희망적입니다. 완전한 회복은 아닐지라도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TV 업계 관계자는 “그렇게만 되면 소원이 없겠다”며 “올해가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상대적일 수 있겠지만 수요가 언젠가는 돌아올 것을 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옴디아는 50인치 이상 대형 TV를 중심으로 수요가 일부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TV가 크면 클수록 좋다는 뜻의 ‘거거(巨巨)익선’ 유행이 이어지는 것이죠.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TV를 선호하는 흐름은 최근 몇 년새 이어져 온 트렌드”라며 “수요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특이한 일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25일(현지시간)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브라질 상파울루시 매장에 수많은 고객이 삼성전자 네오(Neo) QLED, 더 프레임 등 삼성전자 TV를 구매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사진=삼성전자)
특히 기술이 발전하면서 TV 가격이 앞선 구매보다 낮아지는 점이 한 몫 했습니다. 6~7년 전에 55인치 TV를 구매했던 이들이 같은 가격에 65인치 새 TV를 구매하는 식입니다. 특히 팬데믹을 거치면서 6~7년이던 교체 주기가 4~5년으로 짧아졌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또 다른 트렌드는 ‘라이프스타일’입니다. 기존 TV와는 다른 디자인에 다양한 용도, 작은 크기 등으로 요약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TV를 중심으로 한 수요도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TV 시청뿐만 아니라 OTT,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점도 특징입니다.

다른 TV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크고 작은 TV가 아니라 게임이면 게임, 고객 특성이면 특성에 초점을 맞춘 TV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디자인을 가진 TV나 게임을 하기에 최적화한 TV 등으로 세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22’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흐름에 따라 글로벌 TV 시장 강자들의 행보도 내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경우 프리미엄 TV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한편, 다양한 TV 라인업을 갖출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내년 TV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지 팁을 얻을 수 있는 이벤트가 예고됐습니다. 바로 CES 2023입니다. 내년 초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IT·가전 전시회인데요. 삼성전자는 CES 2023에서 77형 퀀텀닷(QD)-OLED TV를 공개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LG전자도 내년 올레드 TV 10주년을 맞는 가운데 초대형 OLED TV와 다양한 디스플레이 등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해당 TV들이 에너지 효율화에 성공했을지가 주목됩니다. 전 세계인에게 첨단 TV 기술력을 선보일 이 자리에서 한파를 녹일 따뜻한 바람이 시작될 지, 주시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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