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원은 그린플레이션이 어느 때보다도 화석 연료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음에도, 기업들이 화석 연료를 포기하는 일이 더 빠르게 진행될 걸로 보았다. 이번 에너지 대란으로 피해를 본 것은 화석 연료를 많이 쓰는 기업, 지역이고, 이들이 교훈을 얻어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한다고 설명했다. 인류가 탈탄소 시대로 가는 과정을 아는 석탄, 석유 기업들이 자본적 지출(케펙스·Capex)을 늘리지도 않을 것이라고도 전했다.
이번 에너지 대란에서 이 연구원은 인도와 중국뿐 아니라 유럽도 피해를 크게 입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유럽은 천연가스의 9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데, 수급이 불안해질수록 러시아는 ‘가스를 무기화’할 것”이라며 “최근 유럽에서 에너지 자립의 필요성(원전)이 급부상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리하면 화석연료의 공급과 가격의 불안정성 탓에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 및 지역, 개인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될 거란 것이다. 이에 따르면 당장 화석연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해서 재생에너지 확장이 주춤해지는 것이 아니라, 빨리 퍼지게 된다. 비슷한 예로는 1920대가 있다. 석탄을 사용하는 시대에 석유란 새로운 에너지원이 출현했을 때다. 석탄 생산 기업들이 채굴을 멈췄고, 석유 수요는 늘었다.
이 연구원은 “1920년대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며 “록펠러의 석유에 밀린 석탄은 1910년대 이후 투자가 급감했고 가격은 급등했는데, 그렇다면 이것 때문에 석유 수요가 줄었을까. 반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가격이 불안정한 석탄에서 석유로의 전환을 가속화해 내연 자동차 보급도 빨라졌고 결국 더 많은 석유가 필요했던 기업들은 ‘세븐 시스터즈’를 결성해 중동으로 향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