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종교 자유 내세운 교회의 방역 훼방 개탄스럽다
지난 주말 일부 교회들이 현장 대면 예배를 강행해 많은 국민으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교회를 통한 코로나 집단감염이 우려되니 2주 정도 대면 예배를 중단하라는 것이 정부의 지침이자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명령이었다. 그런데 인천·부산·충남에서만 전체 교회의 16%인 1400여 개 교회가 대면 예배를 강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6만여 개로 추정되는 전국 교회 가운데 대면 예배를 강행한 곳이 얼마나 되는지는 조사된 바 없어 정확히 알 길이 없다.
그래도 대다수 교회는 대면 예배를 자제하는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기독교 교인들이 무엇보다 중시하는 주말 대면 예배를 중단함으로써 방역에 협조하는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정치적 극우 세력과 손잡은 서울 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한 일부 교회들이 문제다. 그들은 예배가 종교의 자유에 속하며 교인들이 교회에 모여 함께 예배하는 것을 금지한 행정명령은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그런 행정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그러나 종교의 자유와 생명의 안전이 충돌할 때는 당연히 생명의 안전이 우선이다. 대면 예배에 참석하는 교인 자신의 생명만 위협받는 경우라면 그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할지 모른다. 지금은 그런 경우가 아니다. 대면 예배는 감염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행위이고, 교인의 감염은 가정과 지역사회에 2차·3차 감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타인의 건강과 생명에 큰 위협이 되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3단계로 높일 것을 고려할 정도로 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이 아닌가.
사랑제일교회뿐만 아니라 용인 우리제일교회와 인천 갈릴리장로교회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했고, 청주 중앙순복음교회를 비롯한 전국 곳곳의 교회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하철은 교회보다 사람들이 더 밀집한데”라든가 “성당이나 절은 놔두고 왜 교회만”이라고 항변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것이 과연 교회에서 나온 목소리인지 의심스럽다. 과거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절에 핍박받는 국민에게 등불 역할을 해준 교회는 어디로 갔는가. 존경받는 교계 지도자가 있다면 나서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