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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B, 개발은행에서 클라이밋뱅크로 전면 개편한 이유[만났습니다]

김경은 기자I 2024.07.03 07:27:50

박신영 ADB(아시아개발은행) 디렉터 인터뷰
기후위기 손 놓고 있으면 210조달러 경제적 손실
50년간 탄소누출 용인하던 EU가 탄소장벽 세운 이유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자간 개발은행인 아시아개발은행(ADB)이 기후 은행으로 운영 모델을 전면 개편한 것은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개발이 기후환경 대응과 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란 판단에서다.

이데일리가 최근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에서 인터뷰한 박신영 ADB(아시아개발은행) 경제협력지역협력부 디렉터는 “세계은행(WB) 등과 비교하면 조금 늦었다. 그러나 이제 기후변화는 개발도상국의 참여 없이 막기 어렵단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기후환경 대응이 개도국의 개발 과제와 맞물리면서 ADB가 개발은행에서 기후은행으로 정체성을 개편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필리핀 마닐라에 본부를 둔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해 11월 다자간 개발은행의 새로운 운영 모델을 제시하는 ‘기후변화 행동계획 2023~2030’을 발표했다. ADB는 2030년까지 개발도상회원국에 1000억달러의 기후금융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ADB는 환경 기반 자본에 투자해 회복력을 구축하고, 탄소를 격리하고, 일자리와 경제 성장을 창출하고, 지역 전체의 생물 다양성을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박 디렉터는 “우리의 보고서에 따르면 만일 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한다면 2020~2100년 아시아 경제는 약 210조달러(한화 29경 409조원)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문제는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전 세계 탄소 발생량의 약 50%가 아시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시아는 소비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보다 생산에서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즉 아시아에서 탄소 집약적 생산을 해서 미국, 유럽 등 비(非)아시아권의 소비를 맞춰주는 꼴이다. 미국과 유럽 등 소비형 경제구조를 지닌 국가들이 탄소장벽을 강화할 때 그 타격은 아시아가 더 취약할 수 있다. 그는 “탄소 가격이 싼 아시아에서 만들어 비싼 곳으로 수출하는 형태에서 이 같은 규제는 무역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와 비아시아권의 생산 기반 탄소 배출 규모 비교
그는 “외국인직접투자(FDI) 흐름을 보면 유럽은 이미 탄소집약적 산업을 30년전부터 옮기기 시작했다”며 “환경규제를 통해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전략적으로 생산기지를 옮겨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탄소누출도 점점 새로운 규제들이 생겨나면서 아시아의 탄소규제를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EU에서도 고탄소 업종에 대해서는 탄소배출을 무상으로 했지만, 탄소중립 목표를 상향하는 ‘핏 포55(Fit for 55)’에서 이들 업종에 대해서도 무상할당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하면서 EU도 탄소장벽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 호주 등 다른 국가로도 확산할 조짐이다. 이에 박 디렉터는 “EU에 탄소 세금을 내느니 아시아가 하나의 탄소 시장을 형성하고, 국제적 공조를 통해 생산체계를 탄소 효율적 구조로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DB의 2019~2022년까지 실제 누적 기후 금융 약정액은 210억 달러를 기록했고, 2023년 한 해에만 기후 금융에 98억달러(완화 55억 달러, 적응 프로젝트 43억 달러)를 제공했다. 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후변화 대응 금융지원을 대폭 늘리기 위해 ‘아시아 태평양 혁신 기후 금융 기구(이프캡·Innovative Finance Facility for Climate in Asia and the Pacific, IF-CAP)’를 출범했다. 이프캡의 출범 파트너는 한국과 일본, 덴마크, 스웨덴, 영국, 미국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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