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양측 모두 원하는 조건에 인수전이 마무리될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립감 높기로 유명한 글로벌 프랜차이즈 본사의 권한을 얼마나 충족시켜줄 수 있느냐가 인수전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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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동원그룹 지주사 동원산업은 지난달 한국 맥도날드 매각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이달 초 1차 실사를 진행한 뒤 본격적인 가격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맥도날드 지분은 현재 맥도날드 본사가 100% 보유하고 있다. 한국 맥도날드 측은 “한국시장의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전략적인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패스트푸드 업종이 잇따라 M&A 시장을 노크했지만, 유독 손바뀜이 일어나지 않았다.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와 ‘패스트푸드’의 중장기 성장 전망을 두고 세간의 평가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맥도날드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나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랜 기간 사겠다는 이가 없어 속으로 끙끙 앓던 상황이라면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동원산업 입장에서는 회사가 영위하는 먹거리 산업에 대한 외연 확장 의지가 엿보인다. 맥도날드라는 글로벌 프랜차이즈라면 충분히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판단이 인수전 참여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참여가 곧 인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본격적인 인수전 협상은 지금부터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 일리노이(맥도날드 본사가 있는 곳)의 매각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맥도날드 본사는 매각에 앞서 다양한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업체에는 맥도날드를 팔지 않겠다는 원칙이 대표적이다. 잠재적 경쟁자로 분류되는 외식 업체나 나중에 되팔아야 하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도 잠재적 인수자로 반기지 않았다는 말도 나온다. 매각 첫 페이지부터 본사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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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고한 본사의 그립감은 여러 곳에서 묻어난다. 이번 매각 대상은 한국 맥도날드 지분 100%지만 새 주인이 경영을 전적으로 주도할 수 있느냐를 두고는 의문 부호가 찍힌다.
통상적으로 글로벌 프랜차이즈들은 ‘체인(지역) 매니지먼트’라는 명목으로 신규 매장 출점이나 메뉴 개발, 마케팅 등에 걸친 광역화된 통제를 진행한다. 본사가 가진 명제는 명확하다. 각국 매장에서 제공하는 제품의 퀄리티나 서비스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커다란 하나의 울타리를 쳐 놓고, 거기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도록 조정을 가하는 셈이다.
그러나 반대로 인수를 원하는 쪽에서는 이 부분이 여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거액을 들여 인수한 뒤 ‘우리만의 색깔을 입혀보자’고 의지를 불태우기도 전에 본사에서 ‘하지 마라’고 엄포를 놓을 수 있어서다. 청사진을 그리려던 인수자 쪽에서는 김이 빠질 수밖에 없다.
전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상표 이름을 쓰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로열티(사용료)를 해마다 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그간 한국 맥도날드는 순 매출의 약 5% 안팎을 본사에 로열티로 지출했다. 인수 이후 실적이 껑충 오르면 본사가 가져가는 금액이 그만큼 많아지는 셈이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로열티 책정에 변화의 여지가 생길지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급증한 재료비에 따른 햄버거 가격 상승도 이슈로 떠올랐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국면에 더는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맥도날드는 오는 16일부터 일부 메뉴의 가격을 조정한다고 10일 밝혔다. 맥도날드 가격 인상은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이다. 평균 인상률은 5.4%이며 메뉴별로 가격이 100∼400원 오른다.
물론 변수가 없지는 않다. 어렵게 인수전에 참여한 원매자가 본사의 깐깐한 조건을 이기지 못하고 ‘안 산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 주도권을 가져오려다가 주도권 자체가 의미 없어지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선 2016년 한국 맥도날드 매각전 때도 이런 부분이 걸림돌로 작용해 인수가 무산된 전례가 있다. 맥도날드 외에도 맘스터치와 버거킹 등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여전히 새 주인을 찾는 상황도 압박카드로 쓰일 수 있다.
결국 한국 맥도날드 인수전은 미국 본사와 동원산업이 여러 조건의 수용과 변경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매각가도 중요하지만, 메뉴 변경이나 매장 관리 등의 시스템을 자율적으로 부여할 지가 핵심으로 꼽힌다. 참치 빅맥의 등장도 사실 이 지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여러 조건을 조율하고 재가를 받는 과정에 미국 본사의 디시전(결정)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국내 업체 간 M&A와 달리 속도감이 확 떨어지는 협상 과정을 인내하면서 버텨낼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