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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곡인 하이든 교향곡 44번은 ‘슬픔’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작곡가가 자신의 장례식에서 느린 악장인 아다지오를 연주해 달라고 해서 붙은 제목이라고 한다. 씩씩한 걸음으로 들어온 성시연은 하이든의 교향곡 44번의 연주를 지휘봉 없이 손으로 지휘했다. 마치 현재의 난관을 피하지 않고 맨손으로라도 헤쳐나가려는 듯 그녀의 지휘는 거침이 없었지만 동시에 절제돼 있었다. 오케스트라의 악기 간 균형과 조화를 매우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
현악기 소리에 바순에 쳄발로가 더해진 편성은 다양한 음색을 만들면서 작품 전체에 밝은 색채를 지속적으로 더했다. 바이올린 파트끼리 서로 마주보게 한 배치는 풍부한 음향과 섬세한 선율을 전달하는데 효과적이었다.
2부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헝가리 작곡가 비톨드 루토스와프스키의 ‘장송 음악’이 연주됐다. 루토스와프스키가 “베토벤의 경지에 오른 유일한 작곡가”라고 칭송했던 벨라 바르톡의 음열작곡기법을 적용하여 작곡한 작품이다. 독일 히틀러 시대의 사상적, 음악적 검열이 심했던 시기를 지나 바르톡 사후 10여 년 뒤에야 완성돼 헌정됐다.
연주는 첼로를 필두로 다른 현악기들이 가세하면서 다양한 두께를 가진 소리 층의 가감을 통해 음량과 음색의 변화가 유연하게 이뤄졌다. 지휘자는 음악적 긴장의 구축과 이완과 함께 작품의 대위법적인 구조를 명확하게 구현해 냄으로써 음악적 감동을 증폭시켰다.
마지막 곡으로 쇼스타코비치의 실내 교향곡이 연주됐다. 쇼스타코비치는 구 소련 스탈린 정권 하에서 끊임없이 핍박 받았다. 이 곡은 쇼스타코비치 자신이 사후에 추모곡으로 쓰고자 작곡했고 자신에게 헌정했다.
명징한 현악기의 음향에서 오케스트라 단원 전체의 유기적 연결과 조직력이 돋보였다. 바이올린 솔로의 처연함과 첼로 솔로의 깊은 울림도 인상 깊었다. 5개 악장이 휴식 없이 연주되는 동안 공연장에 가득한 긴장감과 비장함에 연주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동안 누구도 박수를 칠 수가 없었다.
공연장을 떠나면서 사람들은 별로 말이 없었다. 공연의 주제를 들고 자신들의 상처와 고통을 마주하고 성찰한 연유이리라. 나를 포함한 관객 모두 이제는 과거를 뒤로 하고 희망을 가지길 소망하면서 공연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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