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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쉰 살이 넘자 갱년기 우울증이 왔다. 스물아홉 살에 결혼해 내조를 하고 아이 셋을 키우느라 정신없이 보내고 나니 허무했다. 19층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였다.”
오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조형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서양화가 권필기(64)는 전업주부였다가 화가로 인생 3막을 연 흔치 않은 작가다. 학창시절에 따로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매일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며 인사동 화랑가에서 개인전을 여는 화가로 살고 있다.
“남편이 그림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우울증이 찾아왔을 때 대학의 평생교육원에 등록시켰다. 막상 좋아하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은 달랐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캔버스 앞에 앉으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몰입하게 됐다.” 덕분에 늦깎이로 붓을 들었지만 실력은 남들보다 빠르게 늘었다. 경향미술대전(2009), 평화미술제전(2011), 한성미술대전(2012) 등에서 연이어 수상하며 단순한 취미가 아닌 화가라는 직업을 갖게 됐다.
“큰 욕심 내지 않고 어렸을 때 시골에서 봤던 평화롭고 아름다운 정경들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상에는 보기만 해도 행복한 풍경이 많이 있다.” 이를 위해 권 화백은 여행을 다닐 때마다 스케치 도구를 챙긴다. 그릴 수 있는 상황이 안 되면 사진을 수백장 찍어와 그중 마음에 드는 한 두 장을 모티브로 그림을 그렸다. 이번 전시에는 제주도와 예산 수덕사 등 국내 명승지 외에도 러시아의 자작나무숲 등 다양한 장소의 서정적인 풍광을 담은 풍경화와 더불어 꽃 등을 담은 정물화 40여점을 선보인다.
그림을 그리면서 우울증도 사라졌다. 영국에서 미술공부를 하는 딸이 어머니의 첫 개인전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줬다. 남편인 정남기 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 회장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그림을 직접 그리면서 인생의 한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앞으로도 붓을 놓지 않으면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이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싶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고되지만 무척 행복하다. 그 행복을 그림을 통해 전하고 싶다.” 02-736-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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