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만난 이성훈(66·사법연수원 14기) 법무법인 바른 구성원변호사는 신임 한국화랑협회장으로서의 포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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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협회장은 법률가로서 미술계에서 드문 이력을 가지고 있다. 부산 출신인 그는 서울대 법학과 졸업 후 지난 1985년 전주지방법원 판사로 임관, 서울고등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20여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치고 2008년 법무법인 바른에 합류해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그는 제5·8대 화랑협회장을 지낸 고(故) 김창실 선화랑 창업자의 장남으로, 아내 원혜경 씨와 선화랑을 운영하며 지난달 제22대 협회장으로 선출됐다. 2대에 걸쳐 화랑협회장을 맡게 된 것이다.
이 협회장은 “지난 1977년 대학교 1학년 시절 약사셨던 어머니께서 선화랑을 개관하시는 것에 관해 가족회의가 열렸는데 ‘화랑은 끽 해야 장사꾼에 불과한데 도대체 화랑을 운영하시려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어머니께서는 ‘화랑은 작가를 발굴·육성하고 지원해 문화유산을 후대에 남기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말씀하셨다”며 “단순히 영리 목적이 아닌 공익적 기능을 하는 화랑의 역할에 대한 어머니의 철학을 듣고 화랑업은 결코 부끄럽거나 불명예스러운 것이 아닌 훌륭한 것으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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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화랑의 역할은 일종의 창작 행위와도 맞물려 있는데 신고 의무를 부과해 규제하기 시작하면 일선 화랑들은 영업 자체가 불가능한 사태도 있을 수 있다”며 “추급권의 경우 미술 시장이 성숙하지 않는 나라에서 시행할 경우 신진 작가가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기회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미술 거래가 위축되거나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지경에 이를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협회장은 신고제와 추급권에 관한 미술진흥법 시행령에 관련한 화랑업계 공식 의견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오는 6월 미술진흥 기본계획 발표에 앞서 화랑협회 등 관계단체 의견 수렴 간담회를 이어가는 가운데 법률가로서 전문성을 발휘해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시가 감정 기능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화랑협회 감정위원회는 지난 1982년부터 미술품 감정을 시행, 국공립 기관 및 주요 미술관의 소장품 감정을 수행하며 공정한 미술품 감정의 기반을 닦아왔다.
그는 “지난 2023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으로 문화유산 등에 대한 물납제가 시행되고 있으나, 현재는 현금이나 금융 자산이 없을 때 물납으로 받아준다는 것에 불과하다. 근본적으로 시가 감정 기능이 강화되면 전면적인 상속세 물납제는 물론 은행권에서 미술품을 대출 담보로 받아주게 돼 한국 미술 시장 규모를 확대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고 종국적으로는 미술품이 재화로서의 가치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세제 개혁, 감정 전문성 강화 등을 통해 화랑협회가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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