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킹맘]유한킴벌리에 없는 3가지…고정석·유선전화·육아휴직 후 퇴직

송이라 기자I 2018.04.20 06:30:00

본사 직원 35%는 오전 7~10시 출근 '시차출퇴근제'
생산직은 4일 일하고 4일 쉬는 '4조 2교대'
연15일 '재충전휴가' 큰 호응…자유좌석제로 집중도↑
육아휴직 복귀율 100%, 주요 생활용품 시장점유율 1위
"눈치보지 않고 휴가쓸 수 있는 기업문화 조성 중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유한킴벌리 본사 전경. 대부분의 직원이 고정좌석이 없이 개방형 좌석에서 근무 중이다. (사진=유한킴벌리)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유한킴벌리 디지털테크놀로지그룹 소속 김동현 부장은 12살 첫째와 27개월 늦둥이를 기르는 두 아이의 아빠다. 그는 오전 8시까지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시차출퇴근제’를 이용 중이다. 오전에는 아내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후에는 김 부장이 아이를 찾아온다.

초저출산이 수년째 이어지자 정부는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기치로 내걸고 저출산대책의 일환으로 남성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나라가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고 외치던 20여년 전부터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출퇴근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가 대표적이다.

◇유한킴벌리에 없는 3가지…고정좌석·유선전화·육아휴직 후 퇴직

유한킴벌리에는 3가지가 없다. 직원 고정석과 전화기 그리고 육아휴직 후 퇴직하는 직원이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본사. 직원들은 사방이 열린 개방형 좌석에서 노트북을 열고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유한킴벌리는 업무전화는 개인 핸드폰로 연결해 즉각 대응하도록 유선전화를 없앴고 회의실은 모두가 볼 수 있게 투명유리로 만들었다. 2011년 ‘스마트워크’ 정책 도입 이후 달라진 사무실 풍경이다.

자신의 상황에 따라 오전 중 출근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는 무려 20여년 전인 1994년부터 시행 중이다. 부모들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오전 10시까지 출근해 오후 7시까지 일한다. 반면 저녁에 학원이나 운동을 다니는 직원들은 ‘오전 7시~오후4시’제가 많다. 모두가 모이는 회의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 사이에 하는게 관행이 됐다.

고정석 폐지는 시차출퇴근제 확산에 한몫을 했다. 팀단위로 근무할 때는 옆자리 상사 눈치가 보였지만 지금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서다. 시차출퇴근제 이용 직원은 2015년 23.1%에서 올해 3월 현재 35%로 증가추세다.

임신한 직원들을 위한 배려는 촘촘하다. 임신한 직원이 있는 부서의 부서장은 임신한 직원과 ‘임산부 간담회’에 참석하도록 하고 있다. 통상 임산부들만을 초청해 축하하는 행사와는 달리 부서장을 동반케 해 부서장이 임신·출산과 관련한 사내 제도를 숙지하도록 하려는 의도다. 고정석 폐지 후에는 임산부들을 위한 ‘임산부 우선석’을 만들었다. 2016년 도입한 재충전휴가도 인기다. 징검다리 연휴 사이에 낀 평일은 재충전휴가일로 정해 꼭 회사에 나와야 하는 직원들 외에는 사실상 ‘의무적’으로 휴가를 떠나게 했다. 이같은 배려 덕에 지난해 육아휴직 후 복귀율은 100%에 달했다.

안태건 유한킴벌리 스마트워크팀 팀장은 “시장환경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빠르게 변하고 평생직장에서 평생직업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조직 문화도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예전에는 직원 자리마다 칸막이를 모두 설치하고 팀제에 따른 의사결정이 많았지만 시간·공간·자원에 대한 유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스마트워크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임신한 직원들이 담당 부서장과 함께 참석하는 임산부 간담회 (사진=유한킴벌리)
사무실 한 켠에 마련한 임산부 우선석 (사진=유한킴벌리)
◇직무몰입도·소통지수 ‘쑥’…평균 근속년수 19.7년

경영진은 복지확대에 따른 비용증가와 유연근무제 시행으로 회사 분위기가 느슨해질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유한킴벌리의 모험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스마트워크 도입 전인 2010년 942억원이던 순이익은 2011년 1119억원, 2012년 1372억원으로 증가했다. 2016년 1791억원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생리대 파동으로 인해 뒷걸음질 치기는 했지만 꾸준히 우상향이다.

직무몰입도에 대한 긍정 답변은 2010년 76%에서 2013년 87%로 증가했다. ‘사원들에게 개방적이고 솔직한 의사소통을 한다’고 답변한 비율 역시 65%에서 84%로 상승했다.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보니 장기근속자들 또한 많다. 지난해말 평균 근속연수는 19.7년이다. 국내 시가총액 100대 기업 평균인 11년을 크게 웃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안 팀장는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일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모든 제도를 만들다보니 직원 만족도가 높아지고 직원이 행복하니 생산성도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코 다른 기업보다 업무량이 적은 게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지금의 조직문화를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정 CS팀 부장 역시 “스마트워크 시스템이나 재충전 휴가 등 새로운 제도를 시행할 때마다 내부 저항은 늘 있어왔고 지금도 완벽한 제도를 갖춘건 아니다”라면서도 “명확한 목표의식을 갖고 옳다고 생각한 제도는 정책적으로 강하게 추진하다보니 어느 순간 문화가 정말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기업들도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보다는 있는 제도를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행한다면 워킹맘뿐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만족하는 문화가 조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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