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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현실을 직시하는 정치

오성철 기자I 2016.11.17 07:00:00
[이데일리 오성철 기자] 최근 전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을 꼽으라면 단연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일 것이다. 부동산 재벌 출신에 극우 보수주의자인 트럼프는 선거과정에서 쏟아낸 각종 과격한 발언들로 인해 소속 정당인 공화당 마저 상당수가 등을 돌릴 정도로 ‘이단아’ 취급을 받아왔다. ‘그의 당선은 곧 재앙’이라는 세계 각국의 우려와 여론조사 기관들의 ‘희망섞인 패배 예측’이 무색하게 트럼프는 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의 당선은 여러 면에서 ‘대이변’이었지만 선택권을 가진 미국의 유권자, 그중에서도 주류계층의 입장에서 보면 그닥 이상한 일은 아니고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보호무역주의나 반이민정책, 오바마케어 철폐 같은 그의 공약들이 당장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한마디로 다른 나라와의 불화(不和)를 감수하고라도 미국 국민의 살림살이가 궁핍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내세워 당선됐다. 실제 미 대선이후 갤럽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62%가 트럼프행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고 실업률을 낮출 것으로 기대한다고 응답했다.

뒷북이기는 하지만 트럼프는 이단아가 아니라 현실을 간파하는 영악한 전략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그가 당선이후에 일부 과격한 공약들에 대해 수정의사를 밝히고 요직에 합리적인 인물들을 내세우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속내가 어떤지는 몰라도 오바마 대통령도 트럼프를 ‘실용적인 인물’로 평가했다.

비단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현실적인 정치’가 대세다. 아베 일본총리는 집권초부터 무모한 시도라고 비판을 받으면서도 ‘아베노믹스’를 줄기차게 밀어부쳐 장기집권을 꿈꾸는 수준까지 왔다. 부패척결을 내세운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국제 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범죄와의 전쟁’을 치르며 80%가 넘는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다.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가결도 현실에 대한 불만이 집약된 결과다.

졸지에 ‘순실의 시대’를 살았음을 알게 된 우리의 딱한 처지도 따지고 보면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정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루하루를 버티기가 빠듯한데 미래만 이야기하고 누구의 동의도 얻지 못한 채 창조경제와 개혁을 내세우다 보니 정책은 갈수록 현실과 멀어져갔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의원들 조차 대통령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던 ‘불통’의 시대를 묵인해 왔던 결과는 모두가 느끼는 대로 참담하기 짝이 없다.

박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대통령은 ‘잘 살아 보자’는 현실적인 목표를 내세워 그 약속을 지켰다. 그 덕분에 독재·장기집권 등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나라 발전에 기여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외환위기 직전까지도 거덜난 나라 살림살이를 모르고 있었던 김영삼 대통령이나 좌측 깜빡이를 넣고 우회전하는 바람에 국민의 외면을 받았던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국민들의 실생활과 무관하게 4대강 개발에만 매달렸던 이명박 대통령은 현실인식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케이스였다.

우려되는 것은 최순실게이트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이 순간에도 ‘비현실적인 정치’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100만 촛불민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로 일관하려는 대통령이나 정치적인 이해타산에 빠져 난국 수습은 뒷전인 여야 정치권을 보고 있노라면 불안하고 불편한 현실이 언제쯤 나아질 수 있을까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최순실 `국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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