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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많아도 아무 데나 가지 않는다”…부동산금융 '선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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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기자I 2026.08.26 03: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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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축소…PF 자기자본 요건 강화
대체자본 시장, 연 32조~45조원 열린다
대체자본 주요 먹거리, 리파이낸싱 시장
투자 잣대는 '담보가치·안정적 현금흐름'
데이터센터 '전력·우량 임차인 확보' 관건

이 기사는 2026년08월25일 15시31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올 하반기 부동산 금융시장의 키워드는 ‘회복’보다는 ‘선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부동산 금융이 보수적으로 바뀌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주의 자기자본 부담까지 커지면서 대체자본이 들어갈 시장은 넓어지고 있지만, 자금이 모든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부실자산 정리와 리스크 관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PF 자기자본 요건까지 강화되면서 부동산 금융시장의 자금 공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체자본이 접근할 수 있는 국내 상업용 부동산(CRE) 대출시장 규모는 연간 약 32조~4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시장이 커진다고 투자 기준까지 느슨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은행이 빠진 자리를 차지하려는 대체자본 역시 담보가치와 현금흐름을 꼼꼼하게 따지며 ‘옥석 가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은행 빠지고, 대체자본 진입…45조원 열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기관들이 부실자산을 정리하면서 부동산 금융시장 전반에 자금 공백이 커지고 있다.

은행권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이어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과 리스크 관리 기조 속에서 부동산 PF 및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자금 공급을 보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PF 사업주가 직접 마련해야 하는 자기자본 규모도 늘어났다. 금융 당국의 '부동산 PF 제도 개선 방안'에 따라 신규 PF 사업의 자기자본 비율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 4년에 걸쳐 매년 5%포인트(p)씩 상향된다. 최종적으로 이 비율은 전체 사업비의 20%까지 높아진다.

(자료=이지스자산운용)
(자료=이지스자산운용)
이지스자산운용 전략리서치실에 따르면 이로 인해 누적 약 11조원의 자기자본 부족분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은행 대출에 의존했던 사업주 입장에서는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은행이 과거처럼 PF와 상업용 부동산에 적극적으로 돈을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자금 공급원이 필요해진 이유다. 이에 따라 대체자본이 접근할 수 있는 국내 상업용 부동산(CRE) 대출시장 규모가 연간 약 32조~4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세부적으로는 △기존 CRE 실물자산 담보대출 리파이낸싱 약 10조~21조원 △CRE 신규 대출 2조2000억~4조3000억원 △상업용 부동산 관련 신규 PF 대출 약 20조원 규모의 기회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대체자본 주요 먹거리, 리파이낸싱 시장

특히 기존 대출의 만기가 돌아오는 리파이낸싱 시장은 대체자본의 주요 먹거리가 될 전망이다.

대출 만기가 돌아와도 은행이 기존 익스포저를 줄이거나, 신규 대출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경우 차주는 새로운 자금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담보가치가 충분하고 안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자산이라면 대체자본이 은행의 빈자리를 메울 여지가 커지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나 금융시장 환경이 과거 대출을 받았던 시점과 달라진 경우, 차주 입장에서는 기존 대출을 그대로 연장하기보다 새로운 자금 공급자를 찾는 것이 중요해질 수 있다.

대체자본 입장에서도 리파이낸싱은 비교적 투자 판단이 가능한 시장이다. 이미 준공된 자산의 경우 임대현황과 담보가치, 현금흐름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45조원 시장'이라는 숫자가 곧 '45조원의 투자 기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이 대출 심사를 강화한 것처럼 대체자본 역시 투자 기준을 낮출 이유가 없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만큼 자산의 위험을 더욱 세밀하게 따질 가능성이 높다.



“아무 부동산 안 산다”…담보·현금흐름 핵심

올해 하반기 상업용 부동산 투자시장에서도 이 같은 ‘선별 기조’가 강해질 전망이다.

은행 대출이 까다로워지고 PF 사업주의 자기자본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는 결국 자산 자체의 경쟁력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오피스 시장에서는 프라임급 자산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센터는 대형·자동화 자산, 호텔은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뒷받침되는 우량 자산에 투자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높은 임대수익률을 제시하는 것보다 안정적인 임차인과 현금흐름을 확보했는지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반대로 사업성이 불확실하거나 담보가치가 충분하지 않은 자산까지 대체자본이 적극적으로 들어갈 가능성은 낮다.

결국 은행이 빠진 자리를 대체자본이 메우더라도 ‘돈이 필요한 자산’과 ‘돈을 받을 수 있는 자산’ 사이의 격차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



데이터센터 'AI 수요'보다 '전력·임차인' 중요

대체자본의 선별 기준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날 자산군으로는 ‘데이터센터’가 꼽힌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은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만 놓고 보면 데이터센터는 가장 매력적인 성장 자산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AI 수요가 얼마나 커질 것인가’만큼이나 ‘전력을 확보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공급 확대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오는 2027년 기준 공급 가능한 전력이 전력 신청 수요의 약 64%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이지스자산운용)
(자료=이지스자산운용)
전력망 제약은 데이터센터 개발 입지도 바꾸고 있다. 서울처럼 입지와 전력 확보가 어려운 지역보다, 수도권 외곽과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는 단순히 데이터센터 부지를 확보했다는 사실만으로 투자 매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전력을 확보했는지, 실제 착공이 가능한지, AI 수요를 가진 우량 임차인을 확보했는지가 자산가치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될 전망이다.



‘좋은 자산’만 돈이 몰린다…합격 기준 '뚜렷'

결국 올 하반기 부동산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자금의 총량’보다 ‘자금의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대출 공급이 줄어들고 PF 사업주의 자기자본 부담이 커지면서 대체자본이 들어갈 수 있는 시장 자체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자산이 그 수혜를 받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담보가치와 안정적 현금흐름을 갖춘 자산에는 새로운 자금이 몰릴 수 있지만,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담보가치가 취약한 사업장은 오히려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오피스는 프라임, 물류센터는 대형·자동화, 호텔은 외국인 수요,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임차인이라는 식으로 자산별 ‘합격 기준’도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체자본이 은행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시장은 분명히 커지고 있다”면서도 “자금 공급이 늘어난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위험을 더 감수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올 하반기 시장에서는 자금이 얼마나 풀리느냐보다 어떤 자산이 자금을 받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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