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카타르서 하마스 공격…美 이례적 비판·국제 규탄 확산(종합)

김상윤 기자I 2025.09.10 04:07:03

美동맹국까지 번진 전쟁...이스라엘 美사전 경고 불확실
美. 이례적 비판…"일방적 폭격 목표달성에 도움 안돼"
이스라엘, 카타르 공습에 걸프 정상화 노력 ‘좌초'
국제사회 일제히 규탄…사우디·UAE도 “노골적 침해”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이스라엘이 9일(현지시간)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한 군사 공격을 단행해 6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대한 전쟁이 미국의 핵심 지역 동맹국으로까지 확산된 셈이다. 미국은 이례적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하며 사태 확산에 우려를 표했다.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폭발 이후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한 남성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AFP)
이스라엘 “최고 지도부 정밀 타격”...하마스 “알하이야·자바린 생존”

이스라엘 당국자는 이번 공습이 카타르 정부가 하마스 지도부에 가자지구 휴전안을 수용하도록 압박하던 와중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공격 대상에는 하마스 수석 협상가 칼릴 알하이야와 정치국 고위 인사 자헤르 자바린이 포함돼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최고 지도부를 정밀 타격했다”고 주장했으나, 하마스 측은 알하이야와 자바린이 생존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밝혔다. 하마스는 성명을 내고 알하이야의 아들과 측근을 포함해 5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하며 “협상단을 겨냥한 이번 공격은 네타냐후 정부가 어떤 합의도 원치 않음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이번 공격은 하마스 정치국 인사들이 거주하는 주거지를 겨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하 도심에서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으며, 레그티피아 주유소 인근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해당 지역은 소규모 주거 단지가 밀집한 곳으로, 가자 분쟁 발발 이후 카타르 국군이 24시간 경비를 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습 발생 약 1시간 뒤 현장 주변에는 구급차와 최소 15대의 경찰차, 정부 차량이 몰려들었다.

미국-카타르 관계 흔들…카타르 “공습 직후 경고 받아”

미 트럼프 행정부는 미군을 통해 공격 계획을 전달받은 뒤 카타르 측에 통보했다고 설명했으나, 이스라엘로부터 직접 사전 경고를 받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카타르는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이자 중동 내 미군 최대 기지를 보유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다.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주권 국가이자 미국의 가까운 동맹인 카타르를 일방적으로 폭격하는 것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목표 달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가자 주민들의 고통을 악용해온 하마스를 제거하는 것은 가치 있는 목표”라고 덧붙였다.

카타르는 이번 공습을 “비겁한 공격”이라고 규탄하며 미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시점도 공습이 시작된 직후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도하를 방문해 카타르 국왕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로부터 4억 달러 규모의 보잉 전용기를 선물받고, 5000억달러의 미국 투자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지만, 이번 사태로 카타르와 미국 간 신뢰에 금이 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쿠웨이트대 바데르 알사이프 교수는 블룸버그통신에 “걸프 국가들은 이제 미국이 더 이상 확실한 보증인이 아님을 깨닫고 자체적인 지역 질서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카타르 공격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전하며 카타르 지도부에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도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카타르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비판했고,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이라며 “전쟁은 결코 지역 전체로 확산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도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이번 공습이 “전적으로 독립적인 이스라엘 작전”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이 트럼프의 최신 휴전안을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의 휴전안에는 휴전 첫날 하마스가 모든 인질과 시신을 즉시 석방한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

걸프 정상화 협상 타격…“카타르 중재 역할 사실상 종료”

이번 공습은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도 치명타를 입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은 미국이 주도해온 걸프 아랍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 노력에 큰 타격을 줬고, 가자 휴전 협상도 사실상 좌초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마스 지도부를 수용해온 카타르는 지난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가자 전쟁의 핵심 중재국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더는 중재 무대를 제공하기 어려워졌다.

카타르의 부유한 걸프 이웃 국가들 역시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스라엘과 5년 전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국교를 정상화한 아랍에미리트(UAE)는 “지역 안보에 극도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공격을 “범죄 행위”라고 규정했다.

중동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이번 조치가 사실상 “정상화 종언”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디나 에스판디아리 연구원은 “카타르가 공격당한 이상 이스라엘이 걸프 국가들과의 추가 정상화 전망은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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