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사랑하는 나의 억압자’는 잘 만들어진 스토리가 강점이다. 양산형 로맨스 판타지들과 달리 하나의 긴 서사를 흡입력 있게 끌고 나간다. 자칫 지루한 전개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섬세한 심리 묘사와 연출로 완성도를 높였다는 느낌이다. 전개가 느린 것과 지루한 건 다르다. 오랜 애증의 관계를 몰입도 있게 끌고 나가는 작가의 연출이 상당하다.
이 웹툰은 이른 바 ‘혐관’으로 불리는 남녀 주인공간 애증의 관계를 그렸다. 웹툰 속 파나디아 왕국은 혁명기를 겪는다. 현실 속 프랑스 혁명 등을 연상시키는데 웹툰도 이 과정에서 그려지는 다양한 시대상을 보여준다. 판타지 세계관이긴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웹툰의 현실감을 높여준다.
스파이로 키워지며 파나디아 왕국에 강한 증오를 갖고 있는 남자 주인공 하이너, 왕의 조카였던 디트리히 후작의 딸 아네트가 극을 이끈다. 의도적으로 접근한 하이너는 혁명에 성공한 후 아네트를 경멸한다. 의도적인 접근을 알게 된 아네트는 하이너에게 이혼을 얘기하지만 일언지하 거절 당한다. 자신의 곁에서 끝까지 고통 받는 아네트를 보겠다는 하이너의 증오 때문이다.
하지만 웹툰이 매회차 진행될 수록 하이너의 복잡한 감정이 드러난다. 어린 시절 자신이 한눈에 반했던 아네트, 그리고 증오했던 왕가의 딸 아네트가 동시에 하이너의 감정을 뒤흔든다. 복잡한 그의 감정은 아네트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까. 복잡한 관계 속 남녀 주인공의 스토리를 흥미롭게 그렸다.
이 웹툰의 원작은 서사희 작가 작품으로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선정한 ‘2024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중 하나다. 일반 출판 문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 문체와 몰입력에서 인정을 받았다. 웹툰의 작화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로 이름을 알린 스튜디오 LICO에서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