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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제약, 네 번째 P-CAB 신약 임상 2상...후발주자 전략 통할까

김승권 기자I 2024.03.05 07:36:57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일동제약(249420)이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시장 진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첫 임상 시험에 진입한지 1년 3개월여 만에 다음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해당 시장에는 현재 HK이노엔(195940), 대웅제약(069620), 제일약품(271980) 등이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약을 출시한다면 국내 네 번째 주자로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에서 ‘ID120040002’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지난 2022년 11월 ID120040002의 임상 1상 시험에 돌입한 지 15개월 만이다. 임상 2상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다기관, 무작위배정, 이중눈가림, 활성 대조, 평행군 방식으로 진행된다. 모집 환자수는 147명으로 추정된다. 시험 예정 기간은 내년 2월까지다.

◇ 일동제약, 후발주자 전략...해외 시장 먼저 공략하나

위식도역류질환은 위산이나 위 속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가슴 안쪽으로 타는 듯한 통증이나 쓰림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P-CAB 등장 전에는 PPI(양성자펌프 억제제)가 위산 관련 질환 치료제로 많이 사용됐다. 약학정보원이 발간한 P-CAB 관련 자료에 따르면 PPI의 경우 전구약물(prodrug)로, 활성화 과정을 거친 후에 약효를 발휘하기 때문에 작용 발현 시간이 느리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P-CAB은 위벽에서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펌프를 가역적으로 차단하는 신약으로 복용 30분 내의 빠른 약효 발현과 야간 중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강점을 가졌다.

이 때문에 일동제약은 후발주자 전략을 통해서도 충분히 기대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출시 예상 시기는 2~3년 후 정도로 추정되며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해외에서 성장 여력이 크기 때문이다.

일동제약 전경 (사진=일동제약)
먼저 일동제약은 PPI와 P-CAB 두 포트폴리오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동제약은 PPI계열 항궤양제 라비에트를 보유하고 있고 연평균 200억원 안팎의 처방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일동제약이 후발주자지만 시장 확대를 자신하는 건 해당 분야에 대한 다양한 포트폴리오 및 경험치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해외에서 P-CAB 시장의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 현재 국내 소화성 궤양 시장은 P-CAB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해외는 상황이 다르다. 해외 각국의 규제 상황이 달라 P-CAB 시장이 형성되지 못한 곳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다케다는 세계 최초로 P-CAB 약물인 보노프라잔을 출시했지만 해외 판로를 쉽게 개척하지 못한 상황이다. 보노프라잔의 특허 만료는 5년 뒤 정도다. 일동제약은 퍼스트 인 클래스의 특허 만료를 전후해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타이밍을 잡은 것이다. 실제 중국의 소화성 궤양 시장 규모는 약 3조원이다. 국내 대비 약 15~20배가량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P-CAB 제제는 관련 수요와 시장 규모 등이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분야이며, PPI 제제 등 기존 약물과의 상호보완을 통한 시장 창출 및 확대 등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라며 “라이선스 인·아웃 등의 측면에서 시장 잠재성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국내에서 P-CAB 시장 ‘2강 2중’ 예상...출시는 2027년 예정

국내 시장에서는 ‘2강 2중’ 체제를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확보한 HK이노엔 케이캡과 그 뒤를 따르는 대웅제약 펙수클루가 선두권을 형성하고 제일약품 자스타프라잔, 일동제약까지 가세해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서 위식도역류질환에 사용되는 P-CAB 제제는 테고프라잔과 펙수프라잔 두 가지다. 테고프라잔(국내 제품명: 케이캡)은 HK이노엔이, 펙수프라잔(국내 제품명: 펙수클루)은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했다.

케이캡 등 P-CAB 점유율 추이 (자료=신한투자증권)
HK이노엔에 따르면 케이캡은 출시 첫 해 304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후 발매 2년째인 2020년에는 771억원의 처방액을 올리며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누적 1582억원의 원외처방실적을 기록하며 출시 이후 4년 연속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펙수클루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펙수클루 누적 매출액은 약 720억원이다. 의약품 표본 통계정보 유비스트(UBIST)에 따르면 펙수클루는 발매 6개월차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부문에서 4위에 자리했다.

제일약품도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를 통해 P-CAB 제제 자스타프라잔 개발을 마치고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이런 추세라면 5년 뒤 시장 규모가 1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P-CAB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3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PPI 제제 중심의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이 P-CAB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PPI 시장도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PPI 사용이 적합한 환자가 있기 때문에 여전히 시장이 남아 있지만 주류 시장을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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