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는 국내 제약산업이 일본 제약사들이 걸었던 길을 오롯이 되밟고 있다고 평가한다. 1980년대만 해도 일본 제약업계는 2000여개가 넘는 중소업체들이 난립하며 내세울만한 신약하나 없이 대부분 복제약에 의존해 연명했다.
당시 일본은 세계 의약품 시장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내수시장이 컸기 때문에 일본제약사들은 신약개발 대신 복제약만으로도 사업을 영위할수 있었다. 그때 일본 제약업계는 지금의 국내 제약업계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현실에 안주하던 일본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일본 정부의 약가정책이었다. 90년대 들어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심해지자 일본 정부가 본격적인 약가인하 정책을 도입했다. 최초로 등재한 제네릭 약의 경우 특허 만료된 오리지널 약가 대비 60%로 산정하고 제네릭수가 10개 이상인 경우 50%까지 낮췄다.
이 결과 90년대 초 1500여개사에 달하던 제약사 수는 현재 300여개로 급감했다. 단적으로 인구 수가 한국의 2.5배에 달하고, 경제규모가 한국의 제약사가 412개인 것과 비교하면 것을 약가인하 정책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중소규모 제약사들이 무더기로 시장에서 퇴출된 결과였다.
반면 메이저 제약사들은 약가인하라는 정부정책 변화를 도약의 계기로 삼았다. 제네릭 약 의존일변도에서 벗어나 연구개발에 집중, 속속 신약개발에 성공하고 해외시장에도 적극 진출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여기에 일본 제약사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 제약사들과의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면서 단기간에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했다. 특히 다케다, 다이이치산쿄, 아스텔라스, 오츄카 홀딩스등 일본 제약사 8곳은 세계 50위 제약사에 포진해 있을 정도로 이제는 일본 제약업계는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고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90년대 들어 리베이트에 대한 강력한 처벌정책을 펼치면서 제약업계를 불법적 로비가 아닌 신약 연구개발에 집중하게 만든 것도 일본 제약산업의 성장토대가 됐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리베이트 처벌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우리와 비슷한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