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최근 브리핑에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통제 범위를 벗어나 올해 수천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고령화 및 저출생에 따른 인구 감소로 건강보험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난 상황에서 건보공단 이사장이 막대한 규모의 적자를 처음 공식화한 것이다. 보험료 수입에 매년 10조원가량의 국고보조금을 합쳐도 병원 급여비를 감당할 수 없어 재정에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의 발언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는 대규모 적자가 올해에만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지난 5년간 당기수지 흑자를 유지했지만 규모는 2021년 2조 8000억원에서 지난해 5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적자가 현실화하면 코로나 19위기 때인 2020년(-4000억원)이후 6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선다. 건보공단이 병원에 내주는 급여비가 매년 크게 늘고 있음을 감안하면 보험료 인상 등 획기적 조치가 따르지 않는 한 적자 규모는 갈수록 더 커질 수 있다. 급여비 지출은 지난해 101조 7000억원으로 현행 건보체제가 도입된 1997년 이후 처음 100조원을 넘어섰다. 보험료가 2022년 이후 동결 또는 2% 미만의 인상에 머문 반면 급여비는 최고 8.6%(2022년)에 달할 만큼 지출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수입-지출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건보재정은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건보공단은 전공의 복귀와 함께 의료 이용이 정상화하면 지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건보수지가 흑자일 때 쌓아놓은 누적 준비금도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 대한 최선의 답 중 하나는 불필요한 진료를 막을 특단의 대책을 서두르는 것이다.
정 이사장이 일부 이비인후과 등의 지나친 비인강경 검사 시행(약 90%)을 예로 들었지만 과잉진료는 건보재정의 내일을 위협하는 독소다. 민간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적자 규모가 한 해 약 2조원에 이르고, 이로 인해 보험료가 매년 두 자릿수로 뛰는 걸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건강보험의 재정 누수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과잉진료 방지 등 건보재정 건실화를 위한 작업에 정부, 의료계도 건보공단과 힘을 합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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