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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시공사 다 바꿔”…잇단 조합들 ‘잡음’ 왜?

강신우 기자I 2020.06.11 06:00:00

동작 흑석9구역, 롯데건설 계약해지
리모델링조합서도 포스코 계약 발탈
포스코건설, 손배 등 ‘소송’ 나설 듯
“해지절차 법제화해 총의 반영해야”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경쟁사가 이미 수주한 사업장에서 조합원들을 부추겨 계약해지를 유도하는 일도 요즘 흔하다.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인데, 어쩔 도리가 없다.”(대형 건설사 관계자)

서울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시장에서 건설사들간 출혈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정비사업 물량이 줄면서 타 회사가 이미 수주한 시공권을 뺏기 위해 작전을 벌이는가 하면, 공사비 증액 등으로 조합원들에게 내쳐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A 대형건설사 임원은 “먹거리가 크게 줄다보니 정비시장에서도 시공권을 차지하려고 건설사들끼리 물고뜯는 형국”이라며 “몇년 전 해외수주시장에서 그랬듯, 남는 것 없이 서로 상처만 입는 ‘출혈경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구역인 ‘흑석9구역’ 일대 전경.(사진=강신우 기자)
◇대우·HDC 이어 롯데도 ‘계약 박탈’ 기로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구역인 ‘흑석9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달 30일 시공사(롯데건설)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난 달 14일 조합장을 비위 문제로 해임한 지 16일 만이다.

조합 임시집행부 관계자는 “롯데건설 측에 우리 조합 의지를 표결로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조합은 프리미엄 브랜드(르엘) 아파트, 충분한 주차장 확보, 빠른 사업진행 등 3가지 요건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아직 새 집행부를 꾸리지 못해 향후 롯데건설과의 재협상이나 새로운 시공사 선정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임시집행부 측은 오는 8월까지는 새 집행부 구성을 마치고 기존 시공사나 새 시공사를 선정, 사업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삼성물산(래미안)이 잇따라 사업수주에 성공한 서초구 ‘신반포 15차’와 ‘반포3주구’ 역시 두 사업장 모두 사업장 교체를 한 곳이다.

먼저 신반포15차는 시공사였던 대우건설에 지난해 12월 ‘시공자 지위 확인의 소’에 이어 올해 1월 ‘후속 절차 진행중지 가처분’, 2월 ‘특화설계 저작권 소송’을 차례대로 진행해 사업추진에 제동을 걸었고 급기야 삼성물산이 새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사업장을 뺏겼다.

반포3주구도 지난 2018년 7월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공사비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다가 지난해 12월 본계약 체결에 실패했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은 시공사 부당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건 상태다. 정비업계에서는 법원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손을 들어준다면 재건축 사업이 상당기간 지연되고 조합원들의 재산상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방배 5구역은 지난 2017년 3월 시공자(GS·포스코·롯데건설 컨소시엄) 계약을 해지하고 9월 새로운 건설사를 선정했지만 기존 시공사의 손해배상 소송제기로 50억원의 배상금을 물게됐다. 컨소시엄 측은 일방적인 계약 해지로 손해를 입었다며 조합에 2000여억 원 청구 소송을 냈다.

재개발·재건축뿐만 아니라 리모델링 단지에서도 ‘잡음’이 일고 있다. 용산구 동부 이촌동의 현대아파트(이촌현대)는 2000년 리모델링 조합을 인가받고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조합과의 불화로 결별했다. 이후 약 10년간 표류하다가 2015년 포스코건설을 새 시공사로 받아들이면서 작년 최종 인허가를 획득해 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최근 조합이 고(高) 시공비 등을 이유로 지난달 23일 이촌현대 리모델링조합은 포스코건설의 시공사 지위를 박탈했다. 포스코건설은 시공능력평가 6위의 대형건설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시공사 지위확인 소송과 함께 손해배상소송 등을 걸면 기존 현대건설 해지 당시 갚지 못한 56억원의 대여금 이자 3200만원을 매달 지불하는 데다 포스코건설의 대여금 85억원과 이자 부담, 그리고 손해배상 소송에서 진다면 그 부담도 고스란히 조합원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했다.

14일 오후8시 서울 동작구 현충로 원불교 소태산기념관 지하1층에서 열린 흑석9구역 조합장 해임관련 임시총회에 조합원들이 모여있다.(사진=강신우 기자)
◇“해지 절차도 법제화해 조합 총의 반영해야”

시공사 계약해지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데는 정비사업 물량 부족에 따른 과다경쟁, 소수 참석 인원으로 해지 가능한 총회 시스템 등 법적 장치 미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정비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그에 따른 조합의 눈높이도 상식 대비 높아진 데다 도시정비사업 물량이 줄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시공사 교체 등의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합 입장에서는 계약해지에 따른 사업지연과 새로운 시공사와의 계약간 득실을 따진 뒤 타 건설사가 좋은 조건으로 제안하면 새 계약을 추진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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