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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젠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영업이익 35억을 기록하며 4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4분기 매출은 1005억원으로 시장기대치에 부합했다. 매출총이익률이 60%까지 회복됐고 판관비가 10% 가까이 줄어든 영향이다. 실제 비용 효율화 일환으로 씨젠은 2022년 상반기부터 1년 간 인력을 약 20% 감축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2년 상반기 기준 1141명이던 직원 수는 6개월 만에 1016명으로 줄었고 지난해 6월 기준으로는 914명으로 감소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2월 말 기준 직원 수는 314명이었다. 연구개발비용은 약 3년여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증권은 1년 만에 씨젠에 대한 투자의견을 Trading Buy(단기매수)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Trading Buy는 향후 12개월 기준 절대수익률 10% 이상의 초과수익이 예상될 때 부여하고, 매수는 같은 기간 20% 이상 초과수익이 예상될 때 부여한다.
투자의견 상향 배경은 올해 씨젠이 매 분기 전년보다 높은 외형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진단업계가 팬데믹 특수를 누리다가 엔데믹 선언으로 대부분 주가가 폭락하고 성장세가 꺾인 상황에서 매수 리포트 등장은 의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매출 기반이 되는 진단장비 판매 증가에 주목했다. 씨젠의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사에 장비를 제공하고 장비에 연동된 시약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적 추정을 하려면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은 장비가 설치돼 있는지를 보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 씨젠의 장비 설치 대수는 팬데믹 이전 보다 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 1800대 수준이던 장비 설치 대수는 지난해 말 기준 5830대로 증가했다. 팬데믹 이전보다 3배 이상 매출 발생이 가능한 구조가 됐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또 장비당 비코로나 키트 가동률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분석이다. 팬데믹 때는 코로나 키트 위주 영업으로 장비당 비코로나 키트의 분기 평균매출이 기존보다 절반 가량 낮아졌지만 엔데믹 후 비코로나 키트 매출이 정상화되고 있단 것이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진단키트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고 팬데믹 때부터 본격 영업을 개시한 소화기 키트도 현재 전체 2위 시약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씨젠은 단순히 비코로나 매출이 정상화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기술공유사업을 통한 중장기 성장동력도 갖췄다. 기술공유사업은 씨젠의 PCR 장비와 소프트웨어, 노하우 등을 세계 각국 진단 업체들에 무료로 제공하고 현지 맞춤형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사업이다. 이렇게 개발한 제품의 판권은 씨젠이 갖는다.
단기적으로는 연구와 임상 비용이 집행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공유사업은 씨젠이 무료로 원천 기술을 공유해주는 대신, 개발된 모든 제품을 씨젠의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되도록 설계됐다. 장기적으로는 하나의 제품을 판매해 얻는 마진보다 유통을 통한 마진이 훨씬 늘어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회사는 기술공유사업이 자리잡기까지는 최소 3~4년 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진전을 보이고 있다. 씨젠은 지난해 3월엔 이스라엘 진단기업 하이랩, 6월엔 스페인 진단기업 웨펜과 기술공유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 회사 모두 현지 1위 기업이다. 올해 1월에는 세계 시총 1, 2위를 다투는 빅테크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으면서 기술공유사업을 전 세계에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