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열흘 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입니다. ‘물’과 ‘소금’으로만 버티며 목숨을 건 단식에 나섰지만 이 대표의 투쟁에 힘이 실리는지는 의문입니다. 그 명분이 추상적이고 모호하기 때문이죠. 이 대표의 단식은 ‘사적 문제’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까닭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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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당시 신민당 총재)은 23일간 단식으로 직선제 개헌을 이뤄냈습니다.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13일간 단식으로 지방자치제를,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10일간 단식은 문재인 정부 이른바 댓글 조작 사건으로 알려진 ‘드루킹 특검’을 이끌어냈죠.
‘불분명한 단식’이라는 지적이 나와서였을까요. 이 대표는 단식 중단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이 대표는 천막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은 민주주의 파괴, 민생 파괴, 한반도 평화 파괴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죄하고 지금까지 해 온 국정 방향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며 총리를 포함한 내각 총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여전히 애매하다는 평입니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의 단식이 ‘개인적’이라는 비판이 더 강해지는 듯합니다. 이 대표의 진심과는 별개로 결국 9월 안으로 예상되는 자신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의 부결을 위한 사전 전략이라는 평가가 오가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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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석을 가진 원내 1당 대표의 ‘뜬금 단식’에 국회 본청 앞도 이 대표의 지지자와 아닌 지지하지 않는 시민들 간의 소모적인 싸움만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로를 향한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비난이 오갑니다.
본청 정문을 기준으로 왼쪽에 차려진 이 대표의 단식 농성 천막 앞은 유튜버들이 이 대표를 찍고 방송을 하기 위해 진을 쳐놓았으며,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은 이 대표를 보기 위해 줄을 서기도 합니다. 사인회도 열립니다. “단식 농성인지 팬미팅인지 모르겠다”며 그 앞을 지나가는 정치권 관계자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민주당 내 지도부도 이 대표의 단식 후 전략을 모색하지만 묘안은 없는 모양새입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데일리와 만나 “일단 쓰러질 때까지 (단식을) 하겠다는 게 대표의 뜻”이라면서도 “지금으로선 지켜보는 수 말고는 당장 대책을 강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지도부는 “대표의 극단적인 단식 강행으로 1차적인 ‘결집’은 성공한 것 같다”면서도 “이 대표를 향한 퇴진 목소리는 사그라지는 것 같지만 아직은 조금 더 살펴봐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여권에서도 이 대표의 ‘출구 전략’을 위한 당장 도움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뭘 위해서’라는 이유도 없이 감옥에 가기 싫어서 버티는 사람에게 우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라며 “민생, 민생하는데 민주당은 이 대표 단식에 당력이 매몰돼 아무것도 못하고 있지 않은가. 산적한 민생을 처리하기도 바쁜데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대표가 할 일은 단식이 아닌 ‘민생’을 챙기는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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