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타임] 밖으로 나온 성인용품점…‘19금 놀이터’로 변신

김민지 기자I 2018.12.17 08:00:07


‘신세계’ 등 대기업도 시장 진출…2030커플 방문 점차 늘어
‘2년 후 전 세계 시장 58조라는데’…관련 통계조차 없는 韓

R국내 성인용품점 브랜드의 가게 내부 (사진= R사 이태원점 공식 내부 영상)


‘붉은 간판과 암막’ 성인용품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이런 성인용품점이 확 바뀌었다. 마치 인테리어 소품점처럼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밝은 인테리어는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확 잡아끈다. 2030세대 데이트 장소로 손꼽히는 가로수길, 이태원, 홍대, 종각역의 젊음의 거리 등에서도 쉽게 성인용품점을 볼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성인용품점이라 하면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고 도대체 안에서 무슨 물건을 파는지 폐쇄적이고 음침한 이미지를 떠올렸다. 요즘은 남녀 사이에 이색 데이트 코스로 성인용품점이 꼽힐 정도다.

양지로 나온 성인용품점

직장인 이모(28)씨는 “인테리어 소품점인줄알고 남자친구와 들어갔다가 성인용품이 진열돼 있어 놀랐다”며 “밝은 인테리어가 거리낌을 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성인용품 브랜드 R사의 한 관계자는 “2030 젊은 층이 주요 고객”이라며 “과거보다 성인용품점에 대한 인식이 개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가”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요즘 젊은 세대의 트랜드에 맞게 밝고 산뜻한 인테리어를 추구하거나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취급한다”며 “친절하고 상세히 제품설명을 하도록 직원들을 교육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고객이 성인용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거부감을 줄이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는 “성인용품점·피임기구와 같은 성 관련 시장이 과거보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워지는 분위기는 긍정적이고 건강한 성문화를 형성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며 “추가로 올바른 성교육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B사 콘돔 피팅룸 광고 포스터)


급성장 성인용품시장…대기업도 뛰어든다

성인용품 산업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1인 가구’의 성장에 따라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통계 정보 사이트 스태티스틱 브레인은 2016년 전 세계 섹스토이 산업 규모를 연간 152억5000만달러(약 17조418억원)로 집계했다.

시장조사 업체 마켓워치도 세계 섹스토이 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520억 달러(약 58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 스타벅스 체인점보다 성인용품 판매 상점이 훨씬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의 성인용품 시장 규모는 매년 30%씩 성장하면서 지난해 기준 약 1000억 위안. 우리 돈 약 15조원의 규모로 성장했다. 전 세계 성인용품의 70%가 ‘메이드 인 차이나’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적인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자 국내 대기업도 성인용품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그룹이 시작한 ‘삐에로쑈핑’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곳은 ‘성인용품 코너’다.

삐에로쑈핑이 추구하는 ‘B급 감성’과 맞물려 코스프레용 란제리부터 콘돔·바이브레이터·딜도 등 성인용품점에서 취급하는 웬만한 물건은 다 있다. 거기에 ‘난 혼자 싼다’, ‘1초 만에 내 손으로 홍콩’ 등 웃음을 유발하는 상품명은 소비자의 관심을 더 이끄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일본의 글로벌 섹슈얼 브랜드 ‘텐가(TENGA)’도 국내 진출을 선언했다. 텐가는 2005년 일본에서 설립된 이래 자위기구 글로벌 누적 판매 수 7000만개의 기록했다. 텐가는 ‘성기를 대상화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반영해 누가 봐도 거부감 없는 디자인을 탄생시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규제·안전관리는 제자리 걸음

성인용품산업의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정확한 경제적 가치 추산마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의 시장규모가 어느 수준이고 앞으로 한국 내 성인용품시장이 얼마나 커질지 연구결과조차 없다. 이유는 정부의 규제와 안전 관리 체계가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성인용품 업체의 취급 품목(성인용품)에 관한 업체코드가 아직 개설돼 있지 않아 ‘문구 소매’나 ‘장난감 소매’로 등록할 것”이라며 “현재 국내 성인용품점의 규모를 정확한 수치로 내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성인용품 관련 주무부처가 없고 아직 각종 규제가 애매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성인용품 산업을 관리하는 주무부처가 없다는 점도 큰 문제다.

관리·감독 기관이 없다 보니 안전 기준도 없다. 성인용품점들은 ‘문구업’이나 ‘잡화업’으로 등록돼 있다.

지난 2014년 소비자원이 보건복지부에 성인용품에 대한 안전 기준을 마련해 달라 건의했지만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는 답만 되풀이하고 있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성인용품은 심의위원회를 거쳐 통관이 허용돼야 수입할 수 있다. 하지만 관세사별로 미풍양속을 해치는 물품이라 판단하면 통관을 보류할 수 있다.

배정원 대표는 “성인용품과 콘돔과 같은 위생·피임기구를 밝고 건강한 시각으로 보는 사회가 와야 한다”며 “성에 대한 담론이 자유롭고 긍정적으로 이뤄져야 건강한 성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장영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인용품이 양지로 나올수록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양성화를 통해 적절한 규제가 수반되면 더 안전하고 건전한 성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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