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흙 가꾸기는 행복농업의 첫걸음

문영재 기자I 2013.09.26 08:30:00
우리 농업은 기본 틀을 바꿔 전통적인 먹는 농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는 농업, 관광농업, 생명농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 먹거리만 생산하던 농경사회와 산업사회에서 IT와 BT의 융합, 국민공감형 R&D 투자확대, Golden seed 프로젝트 사업 등 과학기술이 접목된 한 단계 격상된 농업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럼에도 농업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안정적 식량 생산이다. 먹을거리는 문명발달과 상관없이 인간 행복의 가장 근원에 속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외 여건은 안정적 식량 생산이라는 목표 달성에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이며, 식량 자급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게다가 고품질, 안전성이 확보된 농산물의 생산은 21세기 농업에 맡겨진 시대적 요구이다.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과 같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국제적, 환경적 요구에 농업분야만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한마디로 삼중고에 처해 있다.

지난 2월 출범한 미국 오바마 2기 정부는 1기 때와는 달리 강력한 저탄소 정책을 추진할 것을 선언하였다. 이는 세계적인 온실가스 저감의 실질적인 활성화를 의미하는 반면,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 국가에서는 탄소세와 같은 다양한 압박이 주어질 것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새 정부의 140대 국정과제 속에 ‘안정적 식량수급 체계’와 ‘온실 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이 들어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토양 비옥도’ 증진은 안정적 식량생산과 온실가스 감축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방법이다. 식물에게 양분을 골고루 잘 공급할 수 있는 토양이 비옥한 토양이다. 건전한 토양관리가 이루어진 비옥한 토양은 작물을 건강하게 자라게 하여 수확량을 높여주며, 건강한 작물은 화학비료와 화학농약 등의 사용감소 즉, 화석연료 사용의 감소라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더욱이 토양은 대기보다 2배 이상의 탄소 저장할 수 있으며, 유기물이 많은 비옥한 토양은 일반적인 토양에 비해 더 많은 탄소와 질소를 안정적으로 보유할 수 있다. 비옥한 토양은 그야말로 보물 창고이다.

보물창고를 만드는 방법은 토양의 기능을 식물이 가장 잘 살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즉 화학적, 물리적 및 생물학적으로 건강한 토양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경운 방법의 개선, 피복재배의 활용, 퇴비시용, 돌려짓기의 도입, 녹비작물 이용 등의 다양한 관리가 활용되고 있다.

그 핵심 중의 하나가 유기물의 관리이다. 유기물은 토양입단의 안정성 촉진, 보수성 향상 등의 물리적 특성, 토양의 양이온 흡착능력을 향상, 토양의 pH 완충능력 향상, 미량원소의 식물 이용효율 증진 등의 화학적 특성 그리고 토양 내 생물체의 종류 다양화 등 생물학적 특성에 직간접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친다. 논밭에서 주작물의 재배 전후 녹비작물의 재배는 토양비옥도 증진을 위한 좋은 방법의 한 가지 예이다. 불행히도 토양 비옥도는 특정한 한 가지 방법을 적용했다고 해서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기후, 토양, 작물 등의 다양한 점을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점이 있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정부 차원의 연구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민간에서 감당하기에는 인적, 물적 자원 등 그 여건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토양비옥도 증진 연구는 가능한 많은 전문가들 그룹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되어야 소기의 목적을 거둘 수 있다.

농업부문에서 토양비옥도 증진은 고품질의 안전한 농산물 생산을 통한 안정적 식량 확보는 물론, 궁극적으로는 새 정부의 국정목표인 국민행복구현에도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 비옥한 토양 관리를 통한 탄소와 질소 저장 능력 향상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국제적 흐름에 부응하는 농업정책이다. 따라서 기본에 충실한 토양 비옥도관리는 행복한 국민, 행복한 사회 및 국제사회에서 성숙한 국가의 역할 담당이라는 새 정부의 창조경제에 부합하는 농업정책임에 틀림없다.(강항원 농촌진흥청 작물환경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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