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의 고질병… 환자수 500만명 이상
위식도역류질환은 위산이나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불편한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그 중에서 위산에 의해 식도 점막이 손상된 것이 내시경으로 확인되면 ‘역류성식도염’이라고 한다. 위식도역류질환은 현대인의 고질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18년에는 약 445만명이었던 환자수는 2023년에는 13%가량 증가해 약 500만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전 인구의 10% 정도가, 서양권에서는 20% 내외가 걸리는 질환이다.
주요 증상은 가슴 쓰림, 속쓰림, 신트림, 목의 이물감, 마른 기침 등으로 장기간 계속되는 경우 심각한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 특히 누워있을 때 증상이 심해져서 똑바로 누워서 자기가 어렵다거나 역류증상 때문에 밤에 자꾸 깨서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것도 매우 흔한 증상 중에 하나이다. 또한 식도 점막이 위산에 의해 만성적으로 손상을 받으면 식도암이 발생할 수도 있는 단계로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원인은 다양하다. 식도와 위 사이에 있는 하부 식도 괄약근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거나 식도열공탈장이 있어서 위식도경계부의 역류를 막아주는 기능이 약화된 것이 가장 주요한 원인이다. 그 외에도 식도 기능이 떨어져서 식도에서 위 방향으로 씻어 내려주는 기능이 약할 때, 그리고 위 기능이 떨어져서 위가 쉽게 가득 차 넘치는 상황이 되어도 위식도역류가 잘 발생하게 된다. 또한 생활습관과 관련한 요인도 작용하는데 과식·비만·임신 등 여러가지 이유로 위 내압이 증가한 경우, 특정 음식이나 음료의 섭취 혹은 흡연이나 약물 복용 등으로 인해 하부 식도 괄약근의 압력이 낮아지거나 위산 분비가 촉진된 경우 등이다.
위식도역류질환의 기본적인 치료 원칙은 생활 습관 교정이다. 과식과 야식을 피하고, 식사후엔 바로 눕지 않는 것이 좋다. 비만인 경우엔 체중을 줄여야 한다. 술·담배·커피·홍차·박하·초콜릿 등은 하부 식도 괄약근의 압력을 낮추기에 삼가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식도 점막을 자극하는 신 과일주스, 탄산음료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생활습관 변화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는 약물치료다. 일반적으로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 H2 수용체 길항제, 제산제, 점막 보호제 등을 사용한다.
그러나 약물 치료가 효과가 없거나, 혹은 효과가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을 끊기 원하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정상적인 사람의 경우 위와 식도의 경계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는데, 이 구조의 기능성이 떨어져 작동이 되지 않는 것이 위식도역류질환의 원인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이상을 해결하기 위해 위저부주름(성형)술 혹은 위저추벽성형술이라 불리는 ‘항역류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식도의 하부를 위의 일부분을 이용해 감싸 위와 식도의 위치를 바로잡고, 열려져 있는 횡경막을 닫아주는 수술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형태는 ‘니센(Nissen) 위저부주름술’로 식도를 위의 일부 부분(위저부)을 이용해 360도를 감싸는 수술이다. 과거에는 이런 수술들을 개복술로 진행했으나, 최근에는 복강경이나 로봇수술 등 최소 침습 기법들이 활용되면서 환자들의 수술적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줄고 수술 건수가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 “국내에서도 보험적용되는 수술”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외과 박중민 교수(대한위식도역류질환수술연구회 회장)는 “항역류 수술은 다른 위장관 수술처럼 장기를 절제하거나 이어 붙이는 과정이 없이 위치와 모양을 교정해주는 수술이기 때문에 매우 안전한 수술”이라며 “실제로 2012년부터 현재까지 시행된 300여건의 항역류수술에서 수술과 관련된 합병증은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항역류수술 후 증상의 개선은 외국 보고에 따르면 90%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보고되고 있는데, 박중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이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결과를 봤을 때 수술 1 ~2주 이내 즉 수술 직후에는 87.9%에서 완전한 증상의 개선을, 7.4%에서 부분적인 증상의 개선을 보여 모두 95%의 증상 개선율을 보였고, 3 ~ 6개월 이후를 기준으로 할 때는 89.6%의 증상 개선율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박중민 교수는 “해외에서는 이미 항역류 수술이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한 증상 개선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보험 급여 적용이 되는 수술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역사가 길지 않은 국내에서의 수술 결과도 외국 못지않게 좋게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위식도역류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이 치료법으로 항역류수술을 고려해보길 바란다”고 권고했다.
항역류수술은 약물치료가 효과가 없거나, 약이 잘 듣더라도 약을 끊기 위해서 약물치료를 대체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위식도역류질환이 진단된 모든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치료법이다. 특히 비전형적 증상, 즉, 목 이물감, 목 통증 기침 등의 증상이 심한 경우는 약물치료가 잘 듣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런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인가, 더 효과가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데, 비전형적 증상보다는 전형적 증상이면서 약물치료에 반응도 하고, 검사에서도 확실하게 역류가 확인되는 경우가 수술의 효과는 더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박중민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항역류 수술을 시행함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술 전에 철저한 검사를 통해 좋은 수술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상이 되는지를 명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위식도역류질환은 흔한 질환이지만, 증상이 아주 심한 경우에는 삶의 질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며 “사회생활에 여파를 끼칠 정도로 심각한 증상을 가진 환자도 많기 때문에 증상이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인 치료를 행하되, 수술 치료도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을 고민한다면 경험 있는 위장관외과 전문의에 의한 충분한 수술전 평가로 수술의 효과를 정확히 예측하고 수술받을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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