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17회 공판에서 검찰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검찰 진술조서와 비망록을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의 주요 공소사실 중엔 대통령 취임 전후로 이 전 회장으로부터 공직 임명 등의 대가로 총 22억6230만원의 뇌물수수 혐의가 있다.
비망록에는 이 전 회장이 2007년 1월부터 이 전 대통령 측에 금품을 건넨 일시와 대상, 장소 등이 빼곡히 기록돼 있다. 검찰은 “메모광적 기질”이라고 비망록의 구체적 내용에 놀라워했다.
◇‘메모광’ 이팔성, MB측 ‘매관매직’ 세세히 기록
수십쪽 분량의 비망록에는 이 전 회장이 17대 대선이 열린 2007년 1월부터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사위 이상주 변호사 등에게 수시로 돈을 건넨 기록이 기록돼 있다. 이 전 회장은 이 변호사를 시작으로 김 여사, 이 전 부의장에게 돈을 건네게 된 경위도 검찰 조사에서 소상히 설명했다.
는 이 전 대통령 측과의 경험을 일자별로 소상히 적혀 있다. 이 전 대통령 측 인사를 만나 자신의 공직 임명에 대해 들었던 이야기는 물론, 건넨 금품, 자신의 그날그날 기분까지 기록했다. 비망록에는 이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측 인사들로부터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산업은행 총재 임명 등과 비례대표 공천 등에 대한 언질을 받은 내용도 나온다.
그는 거래소 이사장에서 탈락한 후 “MB가 원망스럽다.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취급하는지. 이상주 변호사, 젊은 친구가 그렇게 처신하는지”라며 이 전 대통령과 사위 이 변호사를 원망했다. 비례대표 공천에서 낙선한 뒤에는 “MB에 대한 증오심이 솟아나는 것은 왜일까”, “MB와 인연을 끊고 다시 세상살이를 시작해야 되는지 여러 가지로 괴롭다”, “옷값이 얼마냐.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냐”라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
이에 앞서 공개된 김백준 전 대통령실 총무기획관의 진술도 이 전 대통령 주요 혐의 입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 근거리에서 40년 가까이 자금 관리 등을 맡아와 ‘집사’로 불렸다. 검찰이 공개한 김 전 기획관의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삼성의 소송비 대납 △김소남 전 의원 공천 헌금 등에 대해 소상히 진술했다.
김 전 기획관은 “2008년 3월 업무보고 관계로 대통령 집무실에 찾아갔을 때 이 전 대통령에게 ‘김소남이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하자, 이 전 대통령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떡여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또 “김 전 의원에게 돈을 받아온 후 업무차 집무실에 가서 이 전 대통령에게 ‘김소남이 인사 왔습니다. (자금 관리인) 이병모한테 들으셨죠?’라고 하면 이 전 대통령이 알았다는 취지로 고개를 끄덕였다”고 전했다.
그는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과 관련해서도 “이 전 대통령 덕분이었다. 다스가 에이킨검프에 지급해야 할 비용을 이 전 대통령이 해결해 준 셈”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다스의 미국 소송에 이 전 대통령이 상당히 관여했다는 점도 진술했다. 그는 “김재수 전 LA 총영사가 보고한 ‘김경준씨의 재산을 동결하는 등 한국 정부 차원의 압박수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보고했다”며 “이 전 대통령이 법무비서관실 행정관을 특정해 업무 처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다스가 김씨에게 140억원을 돌려받은 후에 대해서도 “보고 받은 이 전 대통령이 매우 좋아하며 ‘잘 됐다. 수고 많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카 진술로 다스 실수유주 논란에 쐐기
이동형 다스 부사장의 진술은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이씨는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이자 도곡동땅과 다스 지분 명의자인 이상은 다스 회장의 아들이다.
그는 “이시형씨가 2013년 저를 찾아와 ‘도곡동 땅을 판 돈이 들어있는 통장을 달라. 제가 관리하겠다’고 했다”며 “제가 ‘이걸 다 네가 관리하는 건 위험하다. 네가 필요하다고 하면 돈을 주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시형씨가 이후 ‘아버지(이명박)가 10억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통장과 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해 제가 아버님(이상은) 명의로 된 통장을 만들어 10억원을 넣어 카드와 함께 건네줬다”고 주장했다.
이 부사장은 ‘이시형씨가 왜 통장을 달라고 한 것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저도 그 통장 돈이 아버님(이상은) 것이 아니고 이 전 대통령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이시형씨도 자기 돈으로 생각하고 통장을 달라고 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언젠가는 아버님(이상은) 배당금이 (기존 등록 통장에) 들어오지 않아 경리직원에게 확인해보니 이시형씨가 (제가 건넨) 통장으로 배당금을 보내라고 요구했다고 들었다”며 “이시형씨도 ‘내가 한 것’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매우 촘촘하게 된 느낌”이라며 “”이 전 대통령 측이 지금까지 제대로 된 방어전략을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에 사건 기록을 모두 살펴본 변호인단은 지난 5월 이 전 대통령 뜻에 따라 검찰이 낸 증거에 대해 증거로써 효력을 인정하되, 유죄 입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의 증거인부서를 제출했다. 참고인 진술에 대한 반대신문을 포기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같이 일했던 사람들을 법정에서 추궁하는 것은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도리가 아닌 것 같다“며 ”변호인단이 객관적인 물증과 법리로 싸워달라“고 변호인에게 당부했다.
변호인단도 “죄를 인정한다는 취지가 아니다”며 “금융자료 추적이나 청와대 출입기록 등 객관적인 자료를 갖고 반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