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신→강등…정치적 메시지가 기준이 됐나
징계 절차가 완료된 35명을 보면, 장군 12명과 대령 4명은 파면, 장군 4명은 해임과 강등, 장군 14명과 대령 1명은 정직 처분을 받았습니다. 파면이나 해임의 경우 신분을 박탈·제적 처리하고, 공직 취업 제한과 퇴직연금·일시금·퇴직수당 감액 등 중대한 제약을 가합니다. 강등이나 직무정지 역시 치명적 불명예입니다. 29명이나 항고 절차에 나선 이유입니다. 일부 언론은 이를 두고 “성찰보다 변명”이라는 비판을 쏟아냅니다. 여권 일각에서는 “민주주의를 두 번 죽이는 행위”라는 강한 표현도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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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군 내에선 징계 기준이 ‘정치적’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지난해 11월 26일, ‘계엄버스’로 불린 계룡 출발 병력 이동 과정에 탑승한 인원 중 첫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준장이었던 김상환 전 육군본부 법무실장은 근신 징계를 받았고, 그대로 전역하는 것으로 정리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김민석 국무총리의 지시로 해당 처분은 곧바로 취소됐습니다. 이틀 뒤인 11월 28일 1계급 강등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졌고 그는 30일 불명예 속에 군문을 떠났습니다.
이후 징계 수위는 급격히 상향됐습니다. 잇따른 파면과 해임 조치가 이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계엄 버스에 단순 탑승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은 인원들은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계엄 주요 임무 종사자에 대한 파면은 납득 가능하더라도, 명령 체계 아래에서 이동 지시를 따랐던 인원까지 동일 선상에서 평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문제 제기입니다.
명령권자와 수명자, 동일한 처벌 기준 논란
이들의 논리는 군인복무기본법 제25조, 즉 ‘명령복종의 의무’에 닿아 있습니다. 군은 본질적으로 상명하복 체계입니다. 국가 비상 상황에서 상급자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 선택입니다. 계엄 선포 직후 짧은 시간 안에 해당 조치가 위헌·위법인지 판단하고, 이를 거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했느냐는 반론이 제기됩니다. 한밤중 영문도 모른 채 출동 명령을 받았을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군인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사법적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중징계를 확정한 것이 적정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도 여기서 출발합니다.
물론 명령이 명백히 위헌적이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경우, 군인이라도 맹목적으로 복종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부화뇌동’, 즉 뚜렷한 자기 생각이나 판단 없이 남의 의견이나 행동에 비판 없이 따라가는 ‘무사고적’ 태도를 끊어내지 못하면 군의 정치적 중립은 공허해집니다. 실제로 정보사·방첩사 등 일부 핵심 조직의 미확인 의혹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단호한 쇄신 없이는 신뢰 회복이 어렵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가집니다.
계엄 사태는 군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신상필벌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신상필벌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책임의 층위를 정교하게 가르는 작업이 병행돼야 합니다. 명령을 내린 자와 따른 자, 기획한 자와 단순 수행한 자 사이의 차이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답 없이 내려진 징계는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방부는 징계 불복자들과의 장기적인 행정소송을 치러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명령권자와 수명자의 책임을 같은 잣대로 재단하는 것이 군 조직의 특성과 부합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장성들에 대한 사법 판단은 별개로, 징계의 범위와 수위는 군 문화 전반에 장기적 영향을 미칩니다.
항고가 곧 반성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항고가 곧 무죄의 주장도 아닙니다. 지금 군은 복종의 의무와 헌법 수호 의무가 충돌하는 지점에 서 있습니다. 정치적 요구와 조직 쇄신의 필요성이 결합한 ‘강경 기조’가 또 다른 동요를 낳아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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