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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님이 1993년에 문을 연 무료 급식소는 30년간 365일 운영되고 있다. 급식소 운영 비용과 음식재료는 민간 후원과 기부로 충당되고 있다. 김씨와 다른 자원봉사자들은 이번 연휴와 추석 당일에도 급식소로 기부된 재료를 요리해 배식한다.
매일 200여 명이 먹을 식사를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9년째 이곳에서 봉사해온 강소윤(57)씨는 고된 일조차 즐겁다고 했다. 그는 “주부로 집에 계속 있으면서 우울하고 존재감이 없는 것 같았는데 봉사를 하니까 행복하다”며 “어느새 이 일이 내 삶의 일부가 됐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예전에 유치원 교사로 일했는데 노인도 아이처럼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여기 와서 기다리느라 고생했을 텐데 따뜻한 밥 한 끼라도 드리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무료급식소 앞에 늘어선 줄은 시간이 지날수록 길어졌다. 탑골공원 담장 앞에는 천안, 수원, 인천 등 전국 각 지역에서 온 노인들이 한 줄로 서 있거나 순서를 표시한 종이상자를 연석 위에 올려뒀다. 궂은 날씨에 노인들은 머리카락과 옷이 젖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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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에 사는 김모(77)씨도 “가족들이랑 살지만 집에 있으면 답답하다”면서 “여기 오면 같은 나이대 사람들이 있으니까 적적하지 않다”고 무료급식소를 오는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추석이 좋겠지만 혼자 있는 사람들은 더 외로울 것”이라며 “고생해서 도와주는 사람들 생각하면 고맙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독거노인 가구는 2005년 이후 증가세다. 지난해 9월 기준 전국 가구 10곳 중 1곳(9.1%)는 노인 1인 가구였다. 원각사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여기 오는 노인도 점점 늘고 있다”며 “처음에는 120명만 와서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요즘 불경기 때문에 후원이 줄어서 고민이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연휴 기간 심해질 수 있는 노인빈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명절에는 복지시설이 문을 닫아서 노인빈곤이 더 심해질 수 있다”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독거노인의 실태를 파악하고, 긴급지원할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추석에 독거노인 지원센터에서 응급의료시스템을 가동하지만 그 이상의 도움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독거노인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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