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가 탈출한 것은 반지하만이 아니었다…'반지하셋방'[툰터뷰]

김혜미 기자I 2024.11.03 10:21:49

반지하셋방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자매'' 이야기
지상으로 탈출했지만…행복을 위한 여정은 진행중
"가난에 대한 편견 불편해…반려동물은 삶의 이유"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자매는 독립을 위해 집을 보러 다녔다. 예산이 적은 탓에 반지하셋방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처음 얻은 곳은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9만원. 호프집 바로 옆의 첫 셋방은 바퀴벌레와 곰팡이가 침입하는 것은 물론 빛이 잘 들지 않고, 오가는 사람들이 쉽게 안을 들여다볼 수 있어 창문을 열기도 어려웠다. 때로는 창문 옆에 술 취한 사람들이 볼일을 보기도 했다. 자매는 반지하를 탈출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다.

반지하셋방 대표이미지(이미지=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난 2017년 처음 연재된 카카오웹툰 ‘반지하셋방’은 반지하에 사는 두 자매(셋째가 자주 놀러오기에 맥락을 모르면 세 자매가 산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그린 일상툰이다. 밥에 김이나 김치만 먹는 것이 일상인 어렵고 힘든 환경이지만 ‘세상에 아직도 이런 자매들이 있을까’싶을 정도의 깊은 우애와 밝은 모습을 보며 독자들은 위로를 얻곤 했다.

처음엔 그저 가볍게 보는 일상툰으로서의 내용이 많았지만 작가이자 주인공인 현정씨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서사로 풀어내기 시작하면서 큰 줄거리는 전환됐다. 에피소드에서 종종 현정씨가 주변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고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당한 정서적·신체적인 학대가 그 원인이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었던 현정씨는 아르바이트로 힘들게 번 돈을 모조리 엄마에게 갖다주는 등 경제적으로도 종속된 삶을 되풀이했다.

최근 스토리에서 자매는 결국 부모님과의 관계를 끊기로 결정했다. 세 자매 중 두 명은 여전히 함께 살지만 셋째는 언니들의 집을 수시로 오가며 우애를 지켜나가고 있다. 3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정서적으로 홀로서기 중인 현정씨는 조금씩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행복을 찾아가는 중이다.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인해 세 자릿수에 달했던 몸무게도 줄여나가고 있다.

△세 자매 중 두 명만 독립을 했고, 막내는 같이 살자는 언니들의 제안을 뒤로 하고 부모님과 지내고 있는데요, 큰언니를 잘 따르던 막내와는 지금도 똑같이 지내고 있나요.

예전과 다름없이 의좋게 지내고 있습니다. 막내가 저와 함께 살았으면 했는데 막내가 부모님과 사는 길을 선택하면서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 욕심이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세 자매 중에 가장 재미있는 성격은 누구인가요. 각자의 성격과 MBTI는.

제일 재미있는 성격은 막내라고 생각합니다. 쉴 새 없이 떠드는데다 엉뚱한 면이 많아서 모두를 웃게 만들 때가 많습니다. 첫째인 저는 INFP로 착하다기 보다는 그냥 욕심 없고 수줍음 많은 성격이고요. 둘째는 INFJ로 꼼꼼하면서도 세상만사에 무던한 성격이에요. 막내는 ENFJ로 정말 밝고 애교가 많고 막내인 만큼 귀여운 성격입니다.

△부모님과 의절을 결정하기까지 정말 힘들었다는 걸 독자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부모님으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정신적으로 온전히 독립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늘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현재는 그런 감정들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거든요. 지금의 상태가 만족스럽습니다. 이젠 누군가에게 사랑받거나 인정받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제 자신을 위해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떨까요. 예전과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아니요. 돌아가도 비슷한 인생을 살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저는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며 살았거든요. 그 이상 열심히 살 수는 없을 겁니다. 다만 갓 성인이 된 후로 돌아간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 같아요. 가족에게 얽매이기보다는 바로 독립을 해서 좀 더 빨리 제 인생을 찾을 것 같습니다.

△첫째와 둘째가 모두 결혼을 포기한 것은 경제적인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요즘 많은 젊은이들의 현실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직도 결혼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으신가요.

네. 아직도 결혼 생각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는데 둘째와 함께 살다 보니 이 삶이 너무나 만족스러워서 다른 삶을 생각하고 싶지 않아졌어요. 지금처럼 평생 동생과 함께 개들을 키우며 살고 싶습니다.

△최근 연재분에서 비만과의 전쟁을 치르고 계셨는데 지금은 다이어트에 성공했나요? 정말 많은 다이어트를 시도하셨던 것 같은데 가장 효과가 좋았던 다이어트는.

현재는 저와 동생 모두 각각 10kg 정도 감량한 상태라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데요, 앞으로도 천천히 감량하며 웹툰에 저희의 다이어트 일상을 그려 나갈 생각입니다. 가장 효과가 좋았던 다이어트는 그냥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인데요. 특별한 식단을 꾸리기 보다는 각 끼니마다 야채 섭취량을 늘리려고 노력했는데 이게 효과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운동은 주 3회 2시간씩 요가를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소셜네트워크(SNS)에 호텔 사진이 등장한 뒤 일부 독자들이 가난 코스프레를 한다고 비판한 적이 있죠. 그때 작가님이 크게 화를 내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연재를 하면서 사람들의 어떤 고정관념이 가장 불편한가요.

막내가 자신의 SNS에 호캉스 다녀왔다고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비용은 1박에 10만 원이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다녀왔으니 1인 5만 원짜리 휴가였던 셈이지요. 반지하에 살고 있긴 했지만 셋 다 돈을 버는 상태였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5만 원짜리 휴가 좀 다녀왔다고 비난과 협박을 받아야 했던 사실이 억울했습니다. 가난하니까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는 어떤 편견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가난을 숨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내 가난을 증명해야 한단 사실 자체가 불편합니다.

△현재 키우는 강아지와 고양이는 몇 마리인가요. 본인에게 애완동물의 의미는.

개만 4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제 반려동물들은 제가 더 열심히 살게 하는 원동력이자 삶의 이유입니다. 힘이 들어도 키우는 개들을 보며 다시 의지를 다지곤 해요. ‘그래도 열심히 해서 애들은 먹여 살려야지’ 이런 마음으로 항상 살고 있어요.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무엇부터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나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도 아직 저를 사랑하는 게 어렵거든요. 그래도 부족하나마 조언 드리자면 당신이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우선 알아두세요. 그리고 소중한 당신인 만큼 하루에 한 번이라도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웹툰 작가란 어떤 의미인가요. 좋아하는 다른 웹툰이나 작가님이 있다면.

제게 웹툰 작가란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 직업이자 제 삶 그 자체입니다. 힘이 닿는 만큼 가능하다면 평생 그리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웹툰은 ‘열무와 알타리’입니다. 연재하는 작가님이 얼마 전에 작고하신 유영 작가님이신데요. 보면서 생각해볼 점이 많은 웹툰이라 많은 분들이 한 번씩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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