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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에 '모유수유 서약' 강요한 보건소…왜 불쾌하냐며"

이선영 기자I 2021.10.08 08:35:35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한 여성이 임산부 등록을 하러 보건소에 갔다가 ‘모유 수유 서약’을 하라고 강요받아 이를 거부하자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했다는 사연이 공개돼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누리꾼 A씨는 트위터에 “지인이 보건소에 임산부 등록을 하러 갔다가 불쾌한 일을 당했다”라며 글을 올렸다.

이어 “모유 수유 서약이라는 걸 하라고 해서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라 서명하지 않겠다 하니 유난 떠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면서 “2021년이 맞는지, 떨어지는 출생률을 바로잡을 생각이 있는 나라가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사진=트위터 캡처)
그러면서 A씨는 지인 B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화면을 익명으로 캡처해 공개하고 여성가족부 트위터 계정을 태그했다.

공개된 대화에는 B씨는 “저는 모유 수유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고 제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여기 동의를 할 수 없었다”라며 “그래서 서명하지 않겠다니까 기분 나쁜 내용도 아니고 캠페인인데 그냥 쓰라는 거다. 내용이 불쾌하고 동의하지 않아서 쓰지 않겠다니 왜 불쾌할 내용이냐며 그냥 캠페인이니 쓰라고 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 쓴다고 하고 나머지 서류 접수를 했는데 그 이후로 엄청 싸한 분위기로 끝났다”면서 “저는 저게 여성에게 너무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당시 느꼈던 감정을 전했다.

이에 A씨는 “백퍼센트 동의한다. 세상 모든 사람이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그게 의무도 아닌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마치 엄마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것마냥 여겨지도록 가스라이팅 하는 것”이라며 “서명하지 않으신 거 잘하셨다고 생각한다. 그냥 캠페인일 뿐인데 안 한다고 분위기 싸하게 만들 건 뭐냐”고 호응했다.

(사진=트위터 캡처)
B씨가 A씨에게 찍어 보낸 ‘모유 수유 서약’이라는 문서에는 ‘나는 모유 수유할 것을 약속합니다’ ‘나는 모유 수유의 중요성을 알고 건강한 아이로 키울 것을 약속합니다’ ‘나는 출산 후 직장에 복귀하더라도 모유 수유를 지속할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개인의 선택이기에 산모의 의견을 부정하고 강제하는 건 인권침해다” “왜 산모에게 죄책감을 주려 하냐” “산모 모두가 모유수유가 안된다는 건 알고 하나?” “모유수유 서약 안 하면 못된 엄마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낙인찍는 나라” “지금이 2021년 맞는지” 라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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