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대상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투표한 이들이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지지한 ‘잔류 그룹’과 지지를 철회한 ‘이탈 그룹’으로 나눠 심층 면접했다. 조사 결과 주된 패인으로 조국 사태와 부동산 문제, LH 사태가 꼽혔다. 예상했던 대로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만 몰랐을 뿐이다.
이들은 조국 사태가 “선거 패배를 부른 시발점”라고 했다. 익히 아는 내용이다. 조국은 우리사회에 위선과 ‘내로남불’ 흔적을 강하게 남겼다.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민주정부로서 권위를 급속하게 잃었다. 국민들은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갈려 1년 가까이 갈등했다. 이는 검찰개혁이 궤도를 벗어나 윤석열 총장 찍어내기로 변질되는 단초가 됐다.
윤석열 총장이 사퇴하면서 일단락됐지만 후유증은 깊다.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을 지켜보는 내내 국민들은 집단 화병을 앓았다. 코로나19 여파로 힘든 국민들 눈에는 한가한 권력다툼으로 비췄다. 정부 역할은 희미했다. 국민들은 국가란 무엇인가 회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당 정치인들은 윤석열을 악마화한 채 집단 이지메를 가하느라 급급했다. 대통령은 “조국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며 민심과 동 떨어진 메시지를 내놓았다.
조국 사태가 시발점이었다면 부동산 문제는 직격탄이 됐다. 조사 참가자들은 부동산 문제와 LH 사태를 상실과 좌절로 받아들였다. “눈을 뜨면 몇 억씩 올라가고”, “평생 모아도 집을 살 수 없겠구나”하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는 민주당 정부에서 서민과 중산층은 발밑이 허물어져 내렸다. 평생 땀 흘려 일해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없다는 아득한 절망감에 또 분노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정부 일부 인사들은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청와대 참모와 정부 고위 공무원, 민주당 국회의원 일부가 강남을 비롯해 수도권에 다주택을 보유한 실상을 공개했다. 또 임대차 3법은 졸속?강행 처리함으로써 부작용을 낳았다. 서민을 위한다는 취지는 실종됐다. 대신 전세물량은 자취를 감추고, 임대보증금은 가파르게 오르면서 20대 남성마저 돌아섰다.
2030여성은 ‘박원순 전 시장 성추문’ 때문에 이탈했다. 방어에 몰두한 나머지 2차 가해도 서슴지 않았다.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칭하며 오만했다. 박영선 후보 캠프에 합류한 남인순 고민정 의원은 악재였다. 민주당 잔류 지지층은 패인을 외부에서 찾았다. 수구 세력과 보수 언론에게 책임을 돌렸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 시각과 다르지 않다. 새 지도부는 바닥민심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송영길 대표는 11일 여당 재선 의원들과 비공개 간담회에서 “청와대에 여당 의원들이 휘둘리는 것을 바꾸고, 당 중심 대선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어 “국회의원 180여 명을 놓고 청와대 정책실장이 강의하듯 하는 것부터 바뀌어야 한다. 의원들이 대통령실장을 앞에 놓고 (정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전문성을 당부했다. 재선 의원들도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대선 공약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당이 청와대 정책을 수행하기 바빴다”, “법안과 예산을 강행처리하며 오만했다”는 자성이 이어졌다.
왜 참패했는지 문제는 다 드러났다. 이제 남은 건 경청과 과감한 혁신, 실행이다. 차기 대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