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리뷰
차진엽 안무 ''몽유도원무''
한국 춤과 현대무용 조화롭게 결합
현실과 이상 넘나들듯 몽환적 표현
| ‘몽유도원무’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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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창무회 예술감독]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공연으로 현대무용가 차진엽의 ‘몽유도원무’(6월 28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를 관람했다. ‘몽유도원무’는 2022년 40분 분량의 초연 작품을 60분으로 확장한 공연이다.
공연 시작 전 로비에서 만난 안무가 차진엽은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의 스토리 텔링보다는 장면마다 개인의 사유를 담아냈다고 했다. 그리고 컨템포러리라는 이름으로 한국 춤을 해체하거나 변질시키지 않도록 어떻게 한국 춤과 자신의 춤이 결합해 화학작용을 이룰 수 있을지 초점을 뒀다고 했다. 그것을 결국 잘 이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용수들과 그 의미를 서로 되새기며 정성스럽게 춤을 대하고 함께 몸을 움직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얼마나 진중하게 고민하며 완성한 작업이었는지 같은 작업자로서 충분히 공감했다.
안무는 단어 하나에서도 영감을 받고 풀어나갈 실마리를 감지한다. 이 작품에서는 ‘굽이굽이’였다. 우리네 정서는 ‘굽이굽이’에 오롯이 담겨 있다.
| ‘몽유도원무’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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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유도원무’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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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무’는 봇짐을 가득 짊어진 무용수의 첫 등장부터 한국 춤과 어우러지는 조화를 짐작게 했다. 이내 무용수들의 몸으로 겹친 그림자들의 형상이 꿈길로 인도했다. 현실과 이상세계가 나란히 있는 그림 속 ‘굽이굽이’ 이어지는 풍경을 우리 삶에 빗대, 고단한 현실을 극복하려 몸부림치면서도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여정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작품은 현실과 이상세계를 넘나드는 듯한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크게 두 개의 장면으로 연출되는데 1막은 삶의 무게를 짊어진 여정을 담담하게 그린 수묵화였다. 굽이굽이 일렁이고 흔들리며 물을 가득 머금은 채 번짐의 효과로 비치는 영상은 한껏 그림 속으로 젖어 들어 관객으로 하여금 화폭 속 인물이 되게 했다.
2막은 이상 세계인 ‘도원’을 다채로운 색감과 다양한 표현으로 이뤄진 채색화처럼 판타지의 미장센을 그려냈다. 무용수들의 시선, 움직임, 독특한 의상으로 하여금 애니메이션 같은 이미지를 연출했고, 그 색감과 초록 주머니로 일렁이는 몽환적인 영상과의 조화가 절묘했다. 안무가 차진엽의 정성어린 고민의 결과가 보여 감사함마저 들었다.
| ‘몽유도원무’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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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유도원무’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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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의 무용수가 혼신을 다하는 몸짓, 한명 한명이 독특하게 두드러지면서도 조화를 이뤄낸 구성은 춤추는 사람으로 하여금 춤출 맛 나게 하고 신명 나게 했다. 자신의 장면을 완벽히 소화해 낼 수 있게 하는 동기와 열정을 갖게 했다.
이는 마음과 귀를 열고 경험한 바를 충분히 나누는 작업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한 무용수들과 스태프들의 성공적인 협업이었다. 춤과 미디어 아트, 음악, 무대, 의상 등 작품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굴곡지고 고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마치 도원에서 노닐 듯 신명 나는 삶의 여정을 여실히 표현했다. 공연의 여운이 이어지고 색감과 굽이치는 에너지와 기분 좋은 판타지를 경험하며 모처럼 객석에서 같이 춤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