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션 '제155회 경매'…낙찰총액 50억원
조선시대 도자, 정약용 서책 3억원씩 팔려
치열하게 경합한 '해산선학도' 시작가 11배
쿠사마 '인피니트 네트' 14억5천 낙찰최고
화제모은 김환기 '4월의 행진'은 출품 취소
| 오윤의 ‘춘무인추무의’(1985). 35명의 춤추는 농민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 1980년대 제작한 오윤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판화다. 서울옥션의 ‘제155회 미술품 경매’에서 5300만원을 부른 새 주인을 만났다(사진=서울옥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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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코로나19의 세는 역시 강했다. 봄기운에 힘입어 ‘꿈틀’ 해보겠다고 어렵게 열었던 미술품 경매시장의 열기에 견줄 게 아니었다. 지난 24일 서울옥션이 서울 강남구 서울옥션 강남센터 경매장에서 연 ‘제155회 미술품 경매’가 아쉽게 마무리됐다. 낙찰총액 약 50억원, 낙찰률 60%다.
기대에 못 미친 성적표를 받았지만, 기대치 않은 의미있는 성과는 있었다. 고미술부문에 나선 작품들의 선전이다. 도가적 분위기가 물씬한, 비단에 그린 담채화 ‘해산선학도’(작자·연도미상)는 치열한 경합 끝에 시작가 500만원의 11배를 넘겨 5800만원을 부른 새 주인에게 안겼다. 소동파가 적벽에서 노니는 장면을 그린 백련 지운영의 채색담채화 ‘동파선생적벽유도’(1922)는 시작가 200만원에 출발해 5배가 넘는 115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우향 박래현의 ‘매화도’(연도미상) 역시 시작가 300만원에 나서 610만원에 팔리며 고미술을 향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 백련 지운영의 ‘동파선생적벽유도’(1922). 소동파가 적벽에서 노니는 장면. 깎아지를 듯한 절벽을 부각한 파격적 구도가 돋보인다. 서울옥션의 ‘제155회 미술품 경매’ 고미술부문에서 치열하게 경합한 작품 중 하나다. 시작가 200만원의 5배를 넘긴 1150만원에 팔렸다(사진=서울옥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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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고미술부문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은 길이 40㎝에 달하는 조선시대 도자기 ‘백자청화십장생문호’(연도미상)와 다산 정약용이 유배시절부터 적은 시와 글을 모은 서책 ‘행초 다산사경첩’(1809, 1818, 1823·보물 제1683-1호)으로, 각각 3억원을 부른 응찰자의 손에 넘겨졌다.
근현대미술부문에선 ‘사람과 사람 그리고 타자’란 섹션에 출품한 작품들이 도드라졌다. 이응노의 한지 콜라주 작품 ‘군상’(1987)은 1000만원에 호가를 시작해 2000만원에 낙찰됐다. 춤추는 농민 35명을 화면에 가득 박은 오윤의 판화 ‘춘무인추무의’(1985)는 시작가 2500만원에 출발, 5300만원에 팔렸다.
| 이응노의 ‘군상’(1987). 한지를 사용한 콜라주로 이응노가 타계 두 해 전 제작한 작품이다. 군중의 관계성을 저마다의 몸동작에 역동적으로 실어냈다. 서울옥션 ‘제155회 미술품 경매’에서 2500만원에 낙찰됐다(사진=서울옥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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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섹션에서 화제를 모았던 김환기의 ‘4월의 행진’(1961)은 경매 직전에 출품이 취소돼 장에 오르지 못했다. 추정가 7억∼10억원에 나섰던 작품은 김환기가 ‘작정하고 그렸다’는 사람 그림으로 4·19혁명을 모티프로 삼은 희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날 경매의 낙찰최고가는 14억 5000만원에 팔린 일본작가 야요이 쿠사마의 ‘인피니트 네트’(2007)가 차지했다. 작품은 ‘호박작가’로 알려진 야요이 쿠사마가 점과 망을 강박적으로 반복한 특유의 ‘그물망’ 회화 중 한 점. 붉은 바탕에 흰색 패턴으로 100호(130.3×162㎝) 화면을 가득 채웠다.
| 야요이 쿠사마의 ‘인피니트 네트’(2007). ‘호박작가’로 알려진 야요이 쿠사마가 점과 망을 강박적으로 반복한 특유의 ‘그물망’ 회화 중 한 점이다. 14억 5000만원에 팔리며 서울옥션 ‘제155회 미술품 경매’에서 낙찰최고가를 기록했다(사진=서울옥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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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옥션이 올해 첫 메이저경매로 진행한 이번 경매는 코로나19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로도 주목을 받았다. 출품작을 VR(가상현실) 전시로 소개하고, 기존의 서면·전화·현장참여 외에 온라인 실시간 응찰방식까지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홈페이지에 띄운 VR 전시장에는 경매 당일까지 닷새 동안 관람객 1000여명이 방문하는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