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077만 6859㎡(931만평) 규모의 여천화학단지공단과 광양제철소 등이 위치한 전라남도 여수·광양·하동항에는 연간 9300척의 배가 오간다. 이 곳에서 국립여수검역소는 법정감염병인 콜레라, 비브리오증부터 최근 전 세계에서 유행하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지카바이러스까지 병원체 바이러스 감시업무를 총괄한다. 김 검역관을 비롯해 총 23명의 최정예 인력은 매일같이 24시간 인력을 풀 가동하며 각종 감염병의 국내외 전파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박기준 국립여수검역소장은 “60만 국방인력이 우리나라의 안보를 지키고 있다면 국립여수검역소를 비롯해 전국 13개 검역소, 총 320명에 불과한 인력이 해상·항공 등 방역 최전선에서 매일 병원균과 싸우며 해외감염병을 차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립검역소, 세관인력 10% 불과
최근 지구온난화 등 급속한 환경변화의 영향으로 감염병이 전 세계에서 유행하면서 국내에도 검역물량이 폭주하고 있다. 하지만 넘쳐나는 검역 물량에 비해 이를 감시하는 인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올 4월 1일 기준 전국 13개 검역소의 인력은 총 320명이다. 항공기와 선박, 열차, 자동차 등 검역대상 운송장비 건수는 지난 2010년 19만 4936건에서 2015년 41만 3724건으로 5년새 두배가 넘게 급증했지만, 같은 기간 감시인력은 오히려 10명이 줄었다. 이 같은 숫자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체 세관 인력 2948명의 약 10분의 1 수준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1201명), 농립축산검역본부(452명)와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인원이 현격히 부족하다.
|
|
|
강옥경 국립여수검역소 광양지소장은 “하루 10여척의 배를 매일 같이 검역하려면 검역관들은 아침 9시부터 다음날 9시까지 매일 같이 교대로 돌아가며 근무해야 한다. 턱없이 적은 인력에 평일은 물론 주말도 눈코뜰새 없이 지나간다”면서 “국내 방역의 최전선을 지키고 있다는 사명감 없이는 일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연 13만 검체 검사해 양성판정 6%
지난해 전국 13곳의 국립검역소에서 의뢰받은 검사건수는 총 13만 7288건이다. 이 중 8165건은 양성 판정을 받았다. 전체 검사건수 중 양성률은 약 6%다. 검역중인 주요 감염병은 콜레라, 폴리오, 페스트, 에볼라, 활열 등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유행하며 환자 186명, 사망자 38명이 발생한 메르스를 비롯해 최근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지카바이러스 감염증도 검역 대상이다.
박 국립여수검역소장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줄기는 했지만 해상 검역시 어류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장염비브리오증 등이 전체 감염증의 80% 가량을 차지한다”며 “아직 해상선박을 통해 메르스 등 인수공통감염병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만약 감염병환자가 나타하면 현지 인력으로 커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만약 발생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사태가 확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동 등 전 세계에서 유행하는 지카바이러스 감염병매개체인 흰줄숲모기가 국내에도 서식하고 있어 검역소는 초비상 사태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
모기 채집은 사람의 땀 냄새와 비슷한 유인제를 이용해 주간에는 BG트랩(BG-Trap), 야간에는 유문등 등을 통해 이뤄진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국립여수검역소가 지난해 여수, 광양지역에서 모기종별 분포수를 조사한 결과 일본뇌염의 매개체인 작은빨간집모기, 말라리아를 퍼트리는 중국얼룩날개모기, 바닷가에 주로 서식하는 토고숲모기 등은 약 3700마리에 달했다.
명고은 여수국립검역소 검사실장은 “여수지역에서 모기종 감시사업 결과 모기개체는 약 15종 정도이며, 흰줄숲모기는 1% 내외에 불과하다”며 “채집된 흰줄숲모기 중 아직 지카바이러스를 보유한 모기가 없는 만큼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